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한국당, 극우세력에 휘둘리면 민심과 집권 더 멀어질뿐
건전한 보수 세력 재결집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자유한국당의 2ㆍ27 전당대회가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태극기 부대 등 극단적 우경화 세력이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 몰려들어 욕설과 고성으로 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극단적인 목소리가 온건한 다수를 압도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당 지도부가 자제를 호소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당권 주자들은 이들의 기세에 눌린 듯 눈치만 살피며 끌려다니는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이들을 등에 업고 득표 전략에 골몰하는 후보도 있다. 지도부는 한없이 무기력하고, 당권 후보들은 능력과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뺄 것도, 더 할 것도 없는 한국당의 현주소가 이렇다.

18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ㆍ경북지역 합동연설회는 도저히 제1야당 정치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 이하의 난장판’이었다. 이날 연설회는 당을 이끌어갈 지도부의 능력과 비전을 보여주는 자리다. 더욱이 대구경북지역은 한국당의 정치적 거점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의 결과가 전당대회 전체의 향방을 가늠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정작 분위기는 엉뚱하게 흘렀다. 일부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겨냥해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을 쏟아냈다. 그것도 모자라 시대착오적 색깔론까지 퍼부어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태극기 부대는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 ‘빨갱이’라며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뽑힌 한국당 새 지도부가 재집권은 고사하고 내년 총선이나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강성 보수 세력에 휘둘리며 극우로 회기하는 상황에서는 한국당이 설 자리는 없다. 한국당이 비상대책위 출범 이후 조금씩 지지도가 회복되고 있던 것은 두 가지 요인이다. 하나는 현 정부의 잇단 실정으로 돌아선 민심이 한국당을 찾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합리적이고 건강한 중도 보수층의 힘이 모아진 결과다. 하지만 이처럼 극단의 우경화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정당이라면 그나마 회복한 지지세도 지키기 힘들다. 실제 이번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7%포인트나 떨어졌다.

한국당 내에서도 “전당대회가 일부 극우세력의 놀이터가 되어선 안된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한국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당이 외연을 확장하고 보수 정치세력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선 극우 세력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그림자를 떼 내는 일이 화급하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