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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아득한 봄…우수 맞은 ‘농촌 2제’
#1. ‘고용 효자’ 농촌에 나부끼는 ‘붉은 깃발’. 농촌의 겨울은 대표적인 농한기다. 필자가족이 사는 강원도는 더욱 그렇다. 가끔 강변이나 숲속 오솔길을 걸으며 모처럼의 쉼을 맛보는 것도 이 때다. 한편으론 쏙쏙 곶감 빼먹듯 줄어드는 통장잔고에 마음 졸이는 때이기도 하다.

요즘 강변길이나 숲속 임도를 걷다 보면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 깃발’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사방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오르막길 꼭대기에는 어김없이 위치해있다. 바로 깃발을 단 산불감시 차량이다. 농한기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대표적인 ‘효자 일자리’로 꼽힌다.

매년 1월 산불감시원과 산불진화대원을 뽑는데, 요즘은 기존 지역주민에다 귀농·귀촌인도 가세해 경쟁이 치열하다. 선발결과를 두고 이런저런 말도 많다. 일당이 6만6800원에서 8만원이니 농촌에선 꽤 짭짤한 수입이 된다. (화재만 없다면) 일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짧다. 가을엔 45일, 봄엔 105일에 불과하니 고용의 지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농어촌에는 이처럼 한시적인 일자리가 많다. 물론 대부분은 고용의 질도 낮고 지속성도 없는 ‘무늬만’ 일자리다. 강원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림어업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투입해서 많은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공공산림 가꾸기, 각종 공원·가로수·꽃길 조성, 단기 공공근로 및 지역공동체 일자리 등을 들 수 있다.

1월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10만7000명 늘어나는 등 ‘고용 효자’로 급부상한 농어촌. 그러나 붉은 깃발을 단 산불감시 차량의 모습에서 희망 보다는 안쓰러운 삶의 몸짓을 느끼게 된다.

#2. 귀농ㆍ귀촌 50만 시대의 ‘막다른 시골길’ 창업. 강원도는 지금 여전히 겨울이지만 우리 마을 강 건너편에서는 제법 큰 규모의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필자가족이 귀농한 2010년 이후 그 주변에는 이미 펜션과 전원주택이 몇 채 지어졌다.

농어촌의 풍광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들어서는 것이 펜션이다. 돈도 벌고 힐링도 얻고자 하는 귀농·귀촌인들이 새로 짓거나 기존 펜션을 사들여 뛰어들지만 잘 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겨울에는 문을 열면 오히려 손해가 나기에 대부분은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에서 새로 문을 열거나 간판을 바꿔단 음식점들이 비교적 자주 눈에 띈다. 도시의 식당처럼 제법 분위기 있게 꾸미고 청결과 서비스에도 신경을 쓴다. 음식점 창업 역시 귀농ㆍ귀촌인들이 주도하지만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

근래 들어 귀농ㆍ귀촌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창업 아이템은 전원카페다.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예쁜 전원카페. 향긋한 차와 정담은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고 멋스럽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원카페는 계속 생겨나고 있지만, 동시에 문을 닫는 집들도 늘고 있다.

‘귀농ㆍ귀촌 50만 시대’라고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요즘, 농촌 곳곳에 들어선 펜션, 음식점과 전원카페 등에 드리워진 을씨년스러운 모습은 도시에서 내몰린 치열한 경쟁의 막다른 골목처럼 다가온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절기상 입춘(4일)을 지나 우수(19일)이건만 농어촌(경제)의 봄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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