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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두쇠’ 쿠차가 깨달은 ‘캐디의 가치’
130만달러 상금 받고 5000달러만
10% 불문율 안지킨 인색한 결정

5만달러 후지급에도 비난론 여전
캐디는 선수 심리도 챙기는 역할
돈 환산 어려운 높은 무형의 가치


지난해 11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4년여만에 우승을 차지한 매트 쿠차가 우승상금을 캐디에게 너무 적게 지급해 비난을 받고, 상금을 더 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다. 18일 끝난 제네시스 오픈에서 플레이하는 쿠차의 모습. [연합]

매트 쿠차(미국)의 ‘구두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쿠차가 “캐디가 원하는 5만 달러를 모두 지급하고 마야코바클래식이 열린 멕시코 칸쿤 지역에 자선기금도 내놓겠다”며 백기를 들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쿠차는 18일 막을 내린 제네시스오픈 대회 도중 “내 자신이 너무 고지식했고 융통성이 없었다”는 자아비판까지 했다. “그런 문제로 잠을 설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던 일주일 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래도 “너무 인색하다”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식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PGA투어 선수와 가난하지만 자존심 강한 무명 캐디간 대립이 소셜 미디어 속에서 계속 휘발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논쟁은 전직 PGA투어 선수인 톰 길리스의 트위터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쿠차는 작년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마야코바클래식에서 우승해 129만 6000달러(약 14억 5000만원)의 거액을 우승상금으로 받았다. 하지만 캐디에게 5000달러(약 560만원) 밖에 지급하지 않았다.

전문캐디에게 우승상금의 10%를 지급하는 PGA투어의 불문율을 고려할 때 상식적으로 인색한 결정이었다. 4년 6개월 만에 찾아온 우승인데 마음씀씀이가 옹색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당시 백을 맨 사람은 전문 캐디가 아니라 임시 캐디인 다비드 오르티즈였다는 반론도 있다. 또 둘 사이엔 ‘주급 3000달러에 우승시 플러스 알파’라는 계약조건도 있었다고 한다. 쿠차는 좀 더 챙겨준다는 생각으로 5000달러를 줬으나 상대는 만족하지 못했다. 캐디 본인은 자신의 역할이 5만 달러 가치는 된다고 봤다. 쿠차의 에이전트가 1만5000 달러를 더 준다고 했으나 “그럴거면 그 돈 너희나 가져!”라며 거칠게 반발했다.

캐디는 경기중 합법적으로 선수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들은 골프백을 운반하고 공을 닦아주며 거리를 재준다. 그리고 코스공략과 퍼팅라인에 대해서도 상의하며 때론 선수의 마음을 달래주는 심리학자의 역할까지 한다. 돈으로 정확하게 환산하기 어려운 무형의 가치가 높은 게 캐디의 역할이다.

그런 면에서 쿠차는 오르티즈가 단순하게 백을 옮겨주는 포터의 역할만 했다고 여겼을 수 있다. 반면 오르티즈는 쿠차의 우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고 자부할 수 있다. 캐디의 역할이 숫자로 계측이 안되는 애매한 영역에 있어 서로의 셈법이 달랐던 것이다.

둘은 우승한 뒤 따뜻한 분위기속에서 서로를 칭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색한 보상이 문제였다. 쿠차의 좋은 이미지는 웃음거리가 됐다. ‘구두쇠’라는 인색한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공개적인 망신주기의 본보기가 됐다. 하지만 이 논란을 통해 확인된 것도 있다. 집단의 성토가 상식을 지키는 힘이 될 수도 있음이. 그리고 또 하나. 캐디의 가치는 자신을 고용한 선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이강래 기자/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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