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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쉬’ 세일 완판에도 日 제조 방사능 논란…팩트체크 해보니
-지난해부터 제품 수입처 일본으로 변경…소비자 방사능 우려
-대다수 국내 판매 상품 일본 공장서 생산…일본 원재료도 사용
-국내 반입 시 방사선 검사기 거쳐…자체 검사로 증명서 보유 

러쉬 스타필드점 [러쉬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1년에 단 한번.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는 전세계 매장에서 50% 세일에 돌입한다. 유통기한이 임박하기 전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지난 7~11일까지 ‘프레쉬 세일’을 진행하자 전국 주요 매장마다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러쉬는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13일까지 예정됐던 온라인 세일은 재고 소진으로 조기 종료됐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러쉬 대란’에도 끊이지 않는 논란이 있다. 한국지사인 러쉬코리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문제를 고려해 영국으로 수입처를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7년만인 지난해 2월 제품 수입처를 다시 일본으로 바꾸면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①수입처, 왜 영국에서 일본으로 유턴했나? = 러쉬코리아는 러쉬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장 가까운 제조 공장에서 가장 신선한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월 21일 수입처를 일본으로 변경하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선함은 러쉬 철학의 심장”이라며 “더 신선한 제품을 전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제조공장인 일본에서 제품을 수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러쉬는 본사인 영국을 비롯해 독일ㆍ크로아티아ㆍ호주ㆍ캐나다ㆍ브라질ㆍ일본 등 전 세계 7곳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홍콩ㆍ태국ㆍ필리핀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는 일부 제품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쉬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판매 제품의 대부분은 일본 제조 공장에서 생산된다. 지난해 2월 기준 구연산, 타르타르 크림 등 전체 제품의 30% 가량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를 사용하고, 나머지 70%는 해외에서 수입한다. 에센셜 오일 같은 핵심 원료는 영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나, 일본에서 소분해 담아도 화장품 법규상 원산지는 일본으로 표기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페이스 앤 보디마스크’ㆍ‘프레쉬 마스크’ㆍ‘프레쉬 클렌저’ㆍ‘페이셜솝’ㆍ‘풋마스크’ 등 20여개 상품은 국내에서 제조된다.

②일본 원재료의 원산지는 어디인가? = 다만 러쉬코리아는 공식 홈페이지에 일본 원재료의 원산지를 구체적으로 표기하고 있지 않다.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지가 러쉬재팬에 문의한 결과, 올해 1~2월 기준 일본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는 소금(와카야마현), 해수(오가사와라ㆍ도쿄도), 붉은 장미(아츠기ㆍ가나가와현), 레몬그라스ㆍ박하ㆍ로즈마리ㆍ타임(오카야마), 파슬리(카나가와), 토마토 생강(구마모토), 식빵ㆍ귤(가나가와), 두부(사이타마), 세이지(이바라키), 생미역ㆍ딸기(미야기), 포토벨로 버섯(야마가타), 백포도즙(니기타ㆍ나가노), 두유(아키타) 등이다. 회사 측은 “원재료의 산지는 신선함을 위해 사전 안내 없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쉬 상품 이미지 [러쉬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③일본 수입 화장품, 수입 경로는? = 그렇다면 일본 수입 화장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국내로 반입될까.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생활주변 방사선 관리법’에 따라 전국 공항과 항만에 방사선 스캔 장비를 설치하고, 일본산을 포함한 수입공산품의 방사선량을 검사하고 있다. 방사선 감시기 운영자는 원안위가 정한 방사능 농도를 초과한 물질이나 초과할 것으로 의심되는 유의물질이 검출된 때에는 구체적인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이외에도 대한화장품협회는 ‘일본산 화장품 및 원료의 방사능 오염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본 수입 화장품은 국내에서 방사능 검출기를 거치고, 필요한 경우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러쉬코리아는 일본 내 국가공인기관으로부터 인증 받은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안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개월에 한 번씩 완제품과 원재료를 임의로 선택해 방사능 농도를 측정한다.

러쉬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농림수산성이 지정한 방사성 물질 민간검사기관(Kotobiken Medical laboratories)에서 방사능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기관은 국제시험기관인정기구협력체(ILAC)에서 인증한 페리존슨인증(PJLAㆍ북미 3대 인증기관)에서 방사능 검사에 대한 ‘ISO/IEC17025’ 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④100% 안심할 수 있나?= 러쉬가 기본적인 안정 인증 절차를 거쳤음에도, 100%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생활방사능TF팀장은 “각 업체가 자체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고 하지만 검사 성적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방사성 물질 검출ㆍ불검출 문제를 떠나 어떤 검사 기계로, 어떤 방식을 통해 검사를 진행했는 지에 따라 검사 성적서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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