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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韓과의 ‘방위비 협상’ 완패당한 트럼프, 허풍 or 거짓?
-대선후보 시절부터 韓방위비 분담금 2배 인상 주장

-인상 근거 빈약해 한국 반박 논리에 판판이 깨져

-결국 1조8000억원서 내리고 또 내려 1조389억 ‘합의’

-가서명 이틀 후 또 억지 “5억달러 더 부담”..한국은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사실상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풍으로 뒤집기를 시도하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 반전에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보수 계열 싱크탱크에서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 정부예산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가 여러 차례 나온 상황이다. 주한미군 2만8500명을 철수시켜 미 본토에 주둔시키는 것보다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이 미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용이 덜 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 정부는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분담금이 적다고 일방적으로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한국의 분담금이 절대 적지 않다. 조목조목 반박 논리로 무장한 한국 정부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미국 내 주류사회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 트럼프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이 절박한 상황. 자신에게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일단 허풍선이라도 되길 자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사실상 한국의 KO 승으로 끝이 났다. 반면, ‘협상의 신’을 자처하던 트럼프는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트럼프가 요구한 안은 한미 간 협상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바늘 눈꼽 만큼도 진전되지 않았으니 말 다했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일 때부터 한국의 분담금 액수를 현재(연간 약 9000억원 선)의 2배 수준(약 1조8000억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은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불과 수십년 만에 급성장해 이제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국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에 세계 평화를 위해 한국이 더 기여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주장이다.

◆한국 방위비 분담금, 일본보다 더 많이 부담..빈약한 트럼프의 인상 논리=전형적인 장사꾼의 협상 수법이다. 요구액을 현실과 너무 괴리된 수준으로 뻥튀기해 위협감을 준 뒤 적당한 선에서 합의해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다. 그러나 만만하게 당하고만 있을 한국이 아니다.

미국의 요구가 부당한 이유를 조목조목 정리해 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일일이 다 따지지 않아서 그렇지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로부터 현금으로 받는 비용 약 9000억원 외에 한국에서 간접적으로 얻는 유형, 무형의 수혜의 가치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서도 수치화해 보여줬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이 산출한 관련 자료는 이달 출간된 ‘2018 국방백서’에도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2015년 우리 정부가 지출한 주한미군 직접지원비용은 2조4279억원(방위비 분담금 포함), 간접지원비용 9589억원, 평택 미군기지 건설 등 한시적 지원비용 2조695억원 등 그 한 해에만 주한미군에 지원한 비용이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비용은 한국이 2015년에 방위비 분담금 9320억원 외에 약 4조5000억원을 추가로 주한미군을 위해 썼다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제임스 매티스 미국 전 국방장관이 재임 시절 일본의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모범 사례”라고 언급한 것을 감안해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분담금 비교 결과도 제시했다.

일본이 방위백서, 외교백서에서 밝힌 2015년 기준 주일미군 지원비용은 직접지원 3조9036억원(분담금 1조3831억원 포함), 간접지원 1조5560억원, 한시적 지원 1조3160억원 등 6조7758억원에 달했다.

주일미군 지원비용이 주한미군 지원비용에 비해 1조3000억원 더 많았지만, 주한미군이 2만8034명이고 주일미군이 6만2108명으로 훨씬 많은 점을 감안하면 주둔 병력 1인당 지원 규모는 한국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원 규모도 한국은 GDP의 0.34%로 일본(0.13%)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의 보수진영 싱크탱크들 역시 한국의 분담금 비용이 높은 편이며, 주한미군 유지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내놨다.

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아메리칸액션포럼(AAF) 등은 트럼프가 대선 후보 시절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을 공언하자 각각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상당한 비용(약 1조원)을 부담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이 미국에 주둔하게 되면 한국에 주둔하는 것보다 절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등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한국이 방위비를 적게 부담하고 있다’거나,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모두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협상 논리가 튼튼하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이 잘 될 리가 없다.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처음에는 2018년 방위비 분담금(9602억원) 기준 2배인 16억달러(1조8104억원)을 요구했지만, 협상 중 14억달러(1조5841억원)로 내렸고, 지난해 11월~12월 사이에는 다시 한국 측 요구액인 1조원에 1억달러(1131억원)을 더한 1조1131억원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8000억원을 스스로 내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 지를 인정한 꼴이다. 소위 말해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에서 고기는 커녕 고기 국물도 챙기지 못한 셈이다.

미국은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지만 한국은 요지부동으로 일관했다. 결국 미 정부는 일본계 미국인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최후통첩을 하기에 이른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2월 28일 우리 정부에 2019년 1년 계약에 10억달러(약 1조1305억원)를 제시하며 ‘마지막 카드’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미는 지난 10일 올해 한국의 분담금을 지난해(9602억원)보다 8.2%, 787억원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책정하는 내용의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이는 미국이 최후통첩한 안에서 약 1000억원을 또 깎은 금액이다. 반대로 미국은 1조8000억원을 요구하다가 무려 7200억원을 깎은 채 합의한 꼴이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과거 분담금 인상률에 비해 1조389억원도 많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2013년 한국은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5년 계약을 맺고 2014년 9200억원, 2015년 9320억원, 2016년 9441억원, 2017년 9507억원, 2018년 9602억원을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 연간 인상률은 물가 인상률 등을 반영한 것으로, 100억원 안팎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엔 전년(9620억원)에 비해 약 800억원이 인상된 것이다.

◆1조8000억원서 1조389억원으로 후퇴한 트럼프, 자존심 상했나?=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한미 합의 후 불과 이틀이 지난 시점에 이른바 ‘폭탄’을 터뜨렸다.

그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과 관련해 “한국이 나의 (인상)요구에 동의했다”면서 한국이 5억달러(약 5627억원)를 더 지불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외교가에서는 합의를 이룬 지 이틀 만에 상대국을 외교적으로 능멸한 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최악의 외교적 모욕을 당한 셈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고 엄청난 돈을 잃는다. 그들을 방어하는데 1년에 수십억 달러의 돈을 쓴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은 5억달러(약 5627억원)를 더 지불하기로 어제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화 몇 통에 5억달러(를 더 받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왜 진작에 올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더니, 그들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면서 “그것(방위비 분담금)은 올라가야 한다. 위로올라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한국에 쓰는 비용은 50억달러인데, 한국은 약 5억달러를 지불해왔다”면서 “50억달러 가치가 있는 방어에 대해 5억달러를 내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보다는 거래를 잘 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5억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몇 년 동안 그것은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은 지금까지 잘했고 앞으로도 아주 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5억달러 추가 지급에 동의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허풍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13일 “인상을 너무 기정사실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기한은 1년이지만, ‘한미 양측이 합의를 통해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부속 합의문에 들어가 있다”며 “인상 필요성 여부를 한미 양측이 검토한 뒤,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1+1’년으로 봐야 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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