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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고전 속 복(福)의 의미
서경의 ‘오복’과 조선후기 철학의 福 5등급
신체건강, 정신건강(德) 중시…“무전유복”
흥부전에서 ‘SKY캐슬’까지 물질은 禍의 씨앗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 달 전에 했던 인사를 다시 하게 되는 설 명절을 맞는다. 우리는 이렇게 신년 벽두 두번씩이나 이웃과 친지의 복덕을 기원한다.

인사를 받는 사람이 진정 복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든, 음력 정월 초하루 명절이 왔으니 인사치레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새해인사 핑계차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것이든, 우리는 솔직히 상대가 많이 받길 바라는 ‘복(福)’의 진정한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자문을 얻어 동아시아 고전에 나타난 복을 살펴 보았다.

약 2000여년전부터 수백년간 현자들의 철학을 축적하고 집대성한 동양 클래식의 대표작, 서경(書經)은 오복(五福)을 규정했다. 첫 번째 복은 장수(長壽), 오래 사는 것이다. 두 번째로 부(富)를 들었는데, 이는 세인으로부터 존경받고 물질적 풍요까지 일궈낸 ‘사회적 성공’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강녕(康寧)함을 들었다. 강녕은 큰 병에 걸리지 않고 큰 재난을 겪지 않는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말한다.

네 번째는 덕을 좋아하는 삶(攸好德:유호덕), 즉 도덕 지키기를 즐거움으로 삼는 일이었다. 자신을 늘 돌아보며 인생을 의미 있고 건전하게 꾸려가고자 하는 삶을 의미한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제 명에 죽는 것(考終命:고종명), ‘웰 다잉’인데, 자신의 할 바를 다하고 죽는 것이라는 뜻이다. 정신적으로는 후회없이 살다 죽는 것, 신체적으로는 잔병 치레 길게 안하고 자연스럽게 영면에 드는 것, 이른 바 ‘9988 1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누운지 1,2,3일 만에 죽는것’이다.

다섯가지를 음미해보면, 신체적(장수-강녕)ㆍ정신적(道-웰다잉) 건강이 오복의 80%를 차지한다.

그로 부터 1000년 이상 흘러 더 많은 인문학적 지혜들이 모였을 18세기, 조선 철학자 성대중(1732~1809)은 ‘복’에 대해 뭔가 물증이라도 잡은 듯, 선명하게 5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근세 철학자는 “복은 다섯 등급이 있으니 사람이 택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덕을 많이 닦고 재물이 아예 없는 경우가 가장 좋은 복이고, 재물이 넉넉하지는 않아도 조금 있는 경우가 그 다음이며, 3등급은 덕도 많이 닦고 재물도 많은 경우이고, 4등급은 덕은 그럭저럭한데 재물은 넉넉한 경우이며, 마지막 5등급이 덕은 형편없는데 재물만 많은 경우라고 했다. 그는 “이미 3등급 부터 화의 조짐이 보이고, 네 번째는 음험한 기운이 많아졌으며, 다섯번째는 평상이 다리부터 깎이기 시작하여 살갗까지 미치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무전유복(無錢有福)이다.

최고의 복을 받은 사람으로는 주(周)나라의 고공단보(古公亶甫)를 꼽았다. 주나라를 일으킨 문왕의 할아버지이다. 강대국인 적인(狄人)이 나라를 탐내 계속 압박하자 나라를 내주고 떠났다. 대대로 이룬 지위며 재물을 지켜내자고 백성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성들은 그의 어진 마음에 감복해 그를 따랐고, 이것이 밑거름되어 마침내 기산(岐山) 아래에 새로운 터전을 일구고 천하까지 얻었다는 것이다.

성대중은 “진정한 복은 현재의 풍요와 행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삶의 자세에 있다”고 단정했다.

기원전후 시점이든, 18세기이든 동아시아 성현들은 물질을 경계했다.

지금 우리의 “새해 복!” 인사에는 ‘물질’적인 풍요를 염두에 둔 측면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흥부전에서 요즘 인기 드라마 ‘SKY캐슬’에 이르기까지 물질이 화를 부른다는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닌 듯 하다.

설 명절 인사에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 성찰의 미학을 담아보자. 수천년 행복의 이야기들을 반추해 보면, 이같은 응원이 “새해 복!” 인사의 정답인 듯 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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