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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법부 존립 위협받는데도 한마디 말없는 대법원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실형선고에 대한 여권의 반발이 정도를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재판 불복을 선동하고 재판부에 대한 공개적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양승태 적폐 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이라며 “김 지사의 1심 판결은 그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재판을 담당한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추진도 거론되고 있다. 재판 불복은 물론 사법부를 능멸하는 것으로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삼권분립을 명시한 헌법정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기도 하다.

더 황당하고 놀라운 것은 2심 재판부를 겨냥한 경고성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최고위원은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법 판사들 절대다수가 사법 농단 판사들이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항소심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공공연한 협박 시그널이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여권 극성지지자들이 총동원한 듯 김 지사 재판부 전원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청원 참여가 하룻만에 20만명을 넘었다. 사법부를 아예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법농단이 따로 없다.

합리성도 타당성도 없는 여권의 사법부 공세는 온당치 않다. 성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2년간 비서실 판사로 근무한 이력이 문제가 됐다면 미리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낼 수도 있었다.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적폐 판사’ 운운하는 것은 억지이고 비겁한 일이다. 억울한 게 있다면 2심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그 진실을 밝히는 게 순서다.

사법부가 만신창이 공격을 당하는데도 수장의 언급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평소 재판권 독립을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대법원장 취임 일성도 “법관 독립 침해 시도는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천명했을 정도다. 더욱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를 요청하는 궁박한 상황에서는 “판사들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여태 아무 말이 없다. 여권에 의해 재판권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사법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라도 김 대법원장은 엄중하게 사법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사법부가 모욕을 당하고 이에 더해 존립이 풍전등화 상황인데도 그 수장이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더 이상 말이 없다면 국민들은 여권의 사법부 비난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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