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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대한민국 어묵, 혁신산업으로 거듭나다
2013년 12월, 이름마저 생소한 어묵 베이커리가 부산 영도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마치 제과점처럼 다양한 어묵을 만드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어묵 베이커리의 등장은 어묵이 값싼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이제는 유명 백화점뿐만 아니라 기차역과 인천국제공항에서 어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정에서는 맛있는 반찬으로, 요즘같이 추운 겨울철에는 길거리 간식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우리 어묵의 변화가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어묵은 밥과 함께 먹는 반찬 중 한 가지에 불과했고, 그 형태도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튀긴 어묵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중장년층에게 어묵은 저렴한 밥반찬이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즐기던 요깃거리로 기억된다. 반면에 요즘 청소년들은 어묵고로케, 어묵국수, 어묵스파게티, 어묵초밥 등 다양한 형태로 접하면서 어묵은 디저트 또는 프리미엄 먹거리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다.

어묵산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우리 수산업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특히 시장포화와 획일화된 상품으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찐 어묵, 저염 어묵, 조미료 없는 어묵 등과 같이 소비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어묵 베이커리라는 새로운 소비시장을 개척하면서 반전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어묵산업의 매출액과 수출액은 2배 이상 성장하였으며, 종사자 수도 73%나 늘었다. 이는 전체 식품산업의 성장률을 2배 이상 뛰어넘는 괄목할 만한 수치이다.

해외 수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어묵 수출액은 총 6700만달러(약 750억원)로 10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대상국도 35개국에서 51개국으로 늘어 세계 곳곳에서 우리 어묵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어육 소시지는 지난 10년간 수출이 183배나 증가하면서 차세대 수출 효자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가파르게 성장해온 어묵산업임에도 앞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급선무는 원활한 재료수급이다. 현재 우리 어묵산업의 구조상 어묵 원료의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원료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묵의 주원료는 실꼬리돔, 갈치, 명태 등의 어류를 잘게 다져 만든 연육인데, 연육 수입의 80% 이상이 베트남ㆍ미국ㆍ중국에 집중되어 있어 해당국의 생산여건 변화에 취약한 상황이다.

소비자의 요구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부응할 필요가 있다. 웰빙 바람에 힘입어 식품 안전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고, 최근 들어 먹방이 유행하면서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객관적인 평가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평가가 소비욕구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의 엄격한 눈높이에 적극 맞춰나가야 한다. 이 밖에도 전체 매출액의 95%가 내수시장에 집중된 산업구조도 주요 개선과제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개선과제 등을 담은 ‘어묵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였다. 주요내용으로는 어묵 원료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틸라피아ㆍ메기 등 다양한 어종을 원료로 사용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어묵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2021년까지 원료 품질 등급체계를 마련하고 생산이력 추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산업기반을 다지기 위해 권역별 어묵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한편 해외투자와 가공시설 현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혁신은 우리 곁에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묵산업의 생존을 위해 더욱 저렴한 가격을 추구하는 익숙한 방식에서 프리미엄 먹거리로 탈바꿈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오늘날 어묵산업의 신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달라진 어묵만큼, 새롭게 도약할 우리 어묵산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에 마련한 정책들을 차근차근 실행하면서 내실을 다져나간다면 어묵 역시 김에 버금가는 글로벌 수산식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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