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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감 대신 리서치 데이터로 미술계 노동현실에 ‘포커스’
내달 20일까지 두산큐레이터워크샵 기획전

두산큐레이터워크샵 기획전 ‘유어서치-내 손 안의 리서치 서비스’ 전시전경. [제공=두산갤러리]

시각예술의 재료가 캔버스와 물감에서 벗어난 건 오래전의 일이다. 개념미술의 선구자 뒤샹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재료로 영상과 기술을 시각예술로 포함시켰다. 이제는 그 범위가 무한대로 커졌다. 데이터, 리서치, 자료로 포괄되는 기록은 동시대 예술가들에겐 또 하나의 좋은 재료다. 특히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특징인 웹2.0시대에 들어 누구나 정보를 활용하고 가공, 배포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작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전까지 리서치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들이 신문 스크랩, 사진, 일기 등 각종 자료의 나열로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이 자료를 작업의 도구로 활용,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젊은 큐레이터들의 기획은 여기서 출발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작품이 가능하다면 우리시대의 문제, 즉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무임노동, 고용불안정성의 문제와 이런 모든 것이 중첩돼 나타나는 미술계 노동의 문제를 다룰 수 있지 않을까. 두산갤러리에서 매년 진행하는 신진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의 기획전 ‘유어서치, 내 손안의 리서치 서비스’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큐레이터 유은순, 유지원, 이진이 공동기획했다.

전시는 기획자가 일종의 기업운영자로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유어서치(YourSearch)’를 설립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전시장은 새롭게 런칭하는 서비스의 홍보장이고 다섯명의 참여작가(김대환, 김웅현, 이동근, 이윤서, 정유진)가 고용돼 리서치 결과물을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했다. 이들은 가상의 태국여행 패키지 상품을 제작하거나(김웅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같은 현실의 사건사고를 만화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비현실적 이미지로 치환(정유진)한다. 웹환경에서 이미지의 빠른 확산과 증가를 다급하게 캔버스에 재현(이윤서)하고, 안다는 것에 대한 의지를 수학과 과학적 언어에 빗대 표현(이동근)하는가 하면 조각의 스케일의 변주로 전시공간과 출품작이 서로 반응하며 관람자의 동선과 여백과 조응하기도(김대환)한다. 관람객은 잠재적 클라이언트이자 회사에 투자할 광고주처럼 이 작품들을 마치 쇼핑하거나 투자할 물건을 찾듯 감상하게 된다. “전시를 보는 능동성이 소비자의 능동성과 겹칠 수 있는지 묻고자 했다”는 것이 기획자의 설명이다.

좁은 전시장에 23개의 작품이 빼곡히 들어찼다. 전시 기간중에 추가될 신작도 있다. 데이터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작업 재료로 제대로 활용해 보겠다는 참신함과 과감한 시도가 약간의 어색함을 충분히 커버한다. 전시는 2월 20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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