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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없이 이어진 ‘ㄷ’자 조각...선이 만들어 낸 여백의 美
리안갤러리 서울 ‘남춘모’ 개인전


“내 작품은 선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양화는 물감으로 화면 전체를 덮는다면, 우리 선조들은 몇 개의 선 만으로 공간을 만들고 여백을 만들었다. 선에 공간감을 불어넣을 수 없을까 생각해 입체적 선을 만들게 됐다”(남춘모)

작가는 광목천을 나무에 고정시키고 합성 수지를 발라 건조시킨후 일정한 크기로 잘라 완성한 ‘ㄷ’자 모양의 유닛을 캔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붙였다. 작품 하나에 대략 한 달 가량 걸리는 길고도 지난한 작업이다. 미리 머릿속에 도안을 그리고 붙이는 것이 아니라 유닛들이 모여서 제 스스로 패턴이 탄생한다. 작가도 어떤 패턴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손이 가는대로 끝없이 유닛을 이어붙이고, 흰색, 검정, 파랑, 빨강 등 아크릴물감을 덧칠해 완성한 부조회화는 다랑논 같기도, 밭 이랑 같기도, 파도가 이는 바다처럼도 보인다.

단색화 작가로 꼽히는 남춘모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오는 6월 독일 루드비히 미술관 코블렌츠에서 열리는 해외 첫 미술관 개인전을 앞두고 최근작을 한국 관객들에게 먼저 선보이는 자리다.

“농사일이 바쁠때면 아버지를 도와 밭에 나가곤 했다. 밭 이랑을 만들고 그 위에 검은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하는데 그 검은 비닐이 바람에 펄렁펄렁 거리며 생기는 잔상이 어릴적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떤분들은 이랑같은 곡선이라고 하기도 한다” 반복적인데다 수행을 넘어 고행에 가까운 그의 작업이 미니멀리즘과 추상회화에 비교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적이라고 평가 받는 이유다.

작가는 자신이 단색화 작가로 불리우는 것에 대해 긍정 혹은 부정의 태도를 떠나 그 이후를 추구해야한다고 했다. “1세대 단색화 작가들은 내 선생이자 선배들이고 나의 작가적 태도도 그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 작업이 단색화다 아니다를 떠나 아니라고 해도 나는 그들의 자식이다”는 작가는 “개인적으론 앞서 단색화 세대와 달리 확장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평가가 좋은 작가라고 하지만 작업하는 입장에선 중요치 않다. “사실 황무지위에 선 농부의 마음이나 작가의 맘이 똑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현실에서 풀뿌리 골라내듯 작업하고 있을 뿐이다. 시장의 논리는 나하고는 크게 상관 없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남춘모 작가는 리안의 첫 전속작가다. 올해 루드비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1월 전시로 선정했다. 동양적 선이 살아있는 작가이고 세계적 소구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상징적인 작품인 격자 골조의 ‘빔(Beam)’ 시리즈와 곡선을 주조로 한 최근 시리즈 ‘스프링(Spring)’ 등 부조회화와 드로잉, 설치작품 등을 선보인다. 1월17일부터 3월30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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