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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의 아픔 춤으로 승화...함께 호응하며 축제처럼
‘앨빈에일리무용단’ 60주년 공연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시어터 [Paul Kolnik]

미국 3대 현대무용단을 꼽으라고 한다면, ‘머스 커닝햄 무용단’과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그리고 흑인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시어터(Alvin Ailey American Dance Theaterㆍ이하 엘빈 에일리 무용단)’다. 지난해 말,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시티센터에서는 앨빈 에일리 무용단의 창립 60주년 기념공연(2018년 11월 28일-12월 30일)이 있었다. 1958년에 창단된 이 무용단은 현대무용사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한 명이자 현대무용의 대표적인 흑인안무가인 ‘앨빈 에일리’가 설립했다.

3층의 객석을 가득 매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 속에 막이 올랐다. 공연은 ‘Blues Suite’(1958), ‘Juba’(2003), ‘The Lark Ascending’(1972), ‘Mary Lou’s Mass’(1971), ‘EN’(2018), ‘Kairos’(2018), ‘Lazarus’(2018), ‘The Call’(2018) 등의 레퍼토리에서 발췌한 장면을 선보이는 갈라 쇼였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으로는 앨빈 에일리의 역작이자 세계를 압도하며 흥행했던 그의 대표작 ‘계시(Revelations)’(1960)가 공연됐다. 이 작품은 앨빈 에일리가 인종갈등이 첨예하던 어린 시절, 그가 보고 느낀 흑인의 혈통과 그들의 삶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당시 미국사회 속 흑인들의 분노, 슬픔, 고난 그리고 기쁨과 환희를 춤으로 이야기 하는데, 전 세계에 흑인의 사회적 여건을 알리며 무용단의 주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날 공연된 모든 작품들은 이해하기 쉬운 동작과 음악으로 의미하는 바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난해한 현대무용공연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작품 속 내용을 짐작해가면서 감상하기 보다는, 그저 작품의 분위기와 박진감 넘치는 동작들을 느끼고 호응하며 함께 나누자는 공연, 그야말로 축제와도 같았다. 공연에서는 재즈, 블루스, 가스펠 송, 하우스 뮤직 그리고 펑크가 혼합된 아프로 드럼 비트와 흑인 노예들이 불렀던 종교적 민요인 흑인영가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총망라했다.

무용수들의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과 위트 있는 제스처가 시선을 뗄 수 없게 했다. 흑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정서에 발레와 현대무용의 테크닉을 조화롭게 가미해 역동적인 동작을 펼쳤다. 특히 흑인 무용수만이 구사할 수 있을 것 같은 고관절의 유연하면서도 유동적인 움직임이나 그들의 신체적 특징을 잘 살린 동작들, 이를테면 긴 양 팔을 번갈아 물결치면서 흐르듯 흔든다던지, 흑인 특유의 타고난 리듬감이 돋보이는 다소 빠른 템포의 동작들 그리고 신체를 자유롭게 요동치는 움직임들은 다채로운 장면에 밀도를 더했다. 그런가하면 섬세한 감수성이 묻어 나오는 그들만의 소울은 독특하고 매혹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며 예술성과 축제성을 극대화 했다.

점차 달아오르는 분위기속에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열정적이고 흥겨운 춤에 맞춰 박수를 친다. 한국의 현대무용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막이 오를 때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 공연 중간에도 터져 나오는 호응과 박수갈채는 보는 사람마저도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인간의 정신을 기리며 흑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긍정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춤 장르와 음악을 혼합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들의 공연은 여타 현대무용단들과의 차별을 보이며 흑인 현대무용단의 표본을 보여줬다. 60주년을 맞이한 앨빈 에일리 무용단은 인종차별 없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평등한 춤 예술을 실현하고자 그들만의 탁월한 예술적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면서 ‘앨빈 에일리’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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