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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라이온킹’ 메이크업 色으로 보다
메이크업아티스트 로스, 캐릭터별 특별한 의미 담아…
심바는 대지의 색으로 마사이족, 날라는 오렌지색 활용 워다베족 표현

뮤지컬 라이온킹 공연장면.  [Joan Marcus ⓒDisney ]

“극에서 유일하게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중립적 역할을 하는 라피키는 삼원색이 다 들어갑니다. 빨랑, 노랑, 파랑이 적절히 섞여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내지요. 무파사와 심바는 아프리카의 흙색에 기초한 노랑과 빨강을 주로 쓰고 날라는 이보다는 여성적인 오렌지가 메인입니다”

대구에 이어 지난 9일 서울에 상륙,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라이온킹 인터내셔널 투어의 메이크업아티스트 헤더 제이 로스(24)를 헤럴드경제가 만나 ‘색(色)’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월트디즈니에서 제작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라이온킹은 주옥같은 넘버, 대자연의 섭리를 담아낸 철학적 메시지, 어린사자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장을 스토리화해 전 세계 20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하며 95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 전세계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작품이다. 잘 짜여진 스토리 외에도 배우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퍼펫, 화려한 무대장치도 볼거리다. 흥미로운 건 이 무대위의 어느 것도 ‘그냥’ 사용된 것이 없다는 것. 헤어와 메이크업을 비롯 작은 소품, 분장, 색상까지 모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심바와 심바의 아버지인 무파사는 용기와 강인함을 반영하기 위해 자연의 색 즉 대지의 색을 차용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로스의 설명이다. 무파사의 경우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얼굴과 턱의 각을 살려 메이크업을 한다. 곧은 직선으로 균형잡힌 캐릭터를 표현한다. 바디페인팅도 독특하다. ‘아프리카 초원의 전사’로 불리는 마시이(Masai) 전사의 전통 분장에서 따와 가슴까지 ‘V’자 형태의 문양을 그려넣었다. 반면 심바와 짝을 이루는 날라는 화려한 장신구와 구애의 춤으로 유명한 워다베(Wodaabe)족의 메이크업을 활용한다.

극중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스카는 빨강, 오렌지, 노랑과 검정을 섞어 화려하면서도 어두운 면을 강조한다. 잘린 눈썹과 찌그러진 입이 트레이드마크다. “최대한 못되 보이게 하는 것이 포인트인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무파사는 너무 정직하지만, 스카는 만화캐릭터 같은 면이 있죠”

이 밖에 심바의 성장기를 함께하는 미어캣 티몬은 초록, 멧돼지 품바는 보라를 주 색으로 한다. 집사 역할인 앵무새 자주는 구름을 표현한 화장과 새 부리를 표현한 입이 특징이다. 노랑, 빨강, 오렌지 등 대지의 색이 중심적 색으로 전체극을 관통한다면 그 이외의 색을 사용하는 이들은 보조적 역할로 극의 흥미를 더하는 셈이다. “오리지널 디자이너인 마이클 워드가 천재란 생각밖엔 안들어요. 마스크 디자인, 분장, 의상이 다 유기적으로 움직이죠. 마스크가 움직이는 범위를 고려해 화장과 의상도 다 어우리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계산됐거든요”

인터내셔널 투어의 메이크업아티스트 헤더 제이 로스. [사진=정희조 기자/hecho@]

로스의 차분한 설명과 달리 실제 공연중 백스테이지는 혼돈 그 자체다. 앙상블들의 의상, 메이크업이 1분만에 교체되기도 하기 때문. 가장 바쁜 장면은 무대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클 오브 라이프’와 극 중간쯤 치타가 기린을 사냥하는 씬이다. “암사자로 분장했던 사람이 치타로 분해 무대로 올라가는데, 이 시간이 1분정도 밖에 없어요. ‘스탬프’로 분장하고 10초만에 올라가지요. 동시에 옷도 갈아입으니…(하하)” 급박한 장면 전환을 위해선 스탬프 메이크업이 필수다. 문양이 각인된 도장에 미리 색조를 발라놓고 그걸 몸이나 얼굴에 찍기만 하면 분장이 완성된다.

분장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직접한다. 다른 뮤지컬의 경우 배우가 하는 경우도 있지만 라이온킹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을 꼭 거친다. 오리지널 공연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한 일환이기도 하다. 새로운 메이크업 스태프가 합류할 때마다 교육기간을 거치며, 수준이 오를때까지 연습도 계속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스카’ 분장을 연습하기 위해 주요 스태프가 모두 ‘스카’로 분장하기도 했다. 


4명의 인터내셔널 투어 컴퍼니와 2명의 현지 직원이 합류하는데, 로스는 “한국 스태프가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앞서 마닐라와 싱가포르 공연에 이어 세번째 국가인데, 화장품 강국이라 그런지 모르겠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화장품에 대한 지식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단다. 추천받은 마스카라와 쿠션 팩트도 ‘놀랍도록 좋다’고. “날마다 화장품을 구매할 정도로 많이 쓰지만, 정작 쓰는 것만 쓰는데 현지 스태프의 조언에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한편, 원어로 공연하는 라이온킹 인터내셔널 투어는 3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고 4월 11일부터 부산 ‘드림씨어터’로 자리를 옮긴다. 국내 최대 뮤지컬 전용극장인 드림씨어터는 1700석 이상의 객석과 오리지널 공연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 시스템을 갖췄다. 부산 공연 첫 티켓 오픈은 1월 29일 오후 2시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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