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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초저출산시대, 기득권의 대충돌에 대비할 때
지난주 충격적인 통계 소식이 전해졌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잠정 집계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0.96~ 0.97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유례가 없다. 이대로면 대한민국 종(種)은 멸종의 길을 걸을 게 분명하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10년이면 총 인구도 감소한다. 지금 노동력 부족으로 일본이 겪는 구인난은 향후 20년 후 우리의 모습일지 모른다. 인구 감소는 경제활력의 저하와 저성장 등을 가져온다. 더욱 섬뜩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인구 감소는 기득권을 둘러싼 갈등을 가져올 게 자명해서다. 세대간ㆍ직종간ㆍ민족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세대간 갈등은 가장 파괴력이 크다. 아직 먹구름이 덮치지도 않았는데 갈등은 이미 진행 중이다. ‘꼰대’, ‘요즘 것들’의 비아냥이 난무한다. 세대간 불신이 가득하다. 1960~1970년대 한 해 100만 명씩 태어났던 베이비부머들. 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고속성장의 과실 또한 함께 누렸다.

40~50대의 세대가 현재 자리잡은 안정적 일자리는 저성장 시대 청년 일자리의 진입을 막는 장애물이다. 교육대학만 나오면 안정적으로 교사에 임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급감하자 교사 선발 규모가 축소됐고, 현재 갈등이 진행 중이다. 이는 미래 펼쳐질 사회적 갈등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 치명적인 폭탄이 터진다.

복지 부담이 후세를 짓누를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은 그들이 누렸던 고성장의 과실에 익숙하다. 후세의 부담을 당연시할 것이다. 후세는 그들을 시기와 원망으로 바라봐 왔다. 표면적으로는 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부담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본질은 결국 베이미부머들이 누려온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에 있다.

단일민족인 탓에 비켜서 있던 민족 갈등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 인구가 감소하자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을 향한 불만도 함께 고조된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임금이 낮아진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역이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였음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득권을 누려오던 주류(主流)의 대이동이 머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합리적 근거와 대안 없이 상대방을 향해 비난의 핏발만을 세운다. 이는 늘 정쟁만을 일삼는 정치권뿐 아니다. 노동계와 경영계, 남성과 여성 등 어느 곳 하나 예외가 아니다. 사회 어느 곳에서도 대타협의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존경받는 ‘어른’이 없는 사회,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상호 존중의 문화가 전무한 사회에 갑작스럽게 닥친 인구 감소는 재앙과 다름 없다.

그래서 단순히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대책보다 더욱 시급한 건 사회의 갈등 조정 능력이 아닐까 싶다. ‘갈등 공화국’ 대한민국에선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정순식 산업섹션 재계팀장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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