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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심 불복 한해 4만건…대법원行 95% 이상 ‘헛일’ 하셨네요
2017년 형사사건 ‘재심리’ 1% 안돼
민사 본안사건 파기율도 5% 안팎

‘법적 의미있는 사건만 3심서 다루자’
상고허가제 최대 걸림돌은 반대여론



우리나라 국민은 한해 150만 건 정도의 법정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심 판결에 불복해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사건도 연간 4만 건을 넘어섰지만, 결론이 바뀌는 비중이 낮아 상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법원에 접수된 본안사건은 총 155만 5602건을 기록했다. 신청이나 조정, 즉결, 약식, 과태료 등을 제외하고 정식 판결이 내려지는 사건만을 추린 수치다. 본안사건 수는 ▷2012년 157만 ▷2013년 160만 ▷2014년 165만 ▷2016년 152만건으로 150만~160만 건 선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 처리된 136만5504건의 사건 중 고등법원에 항소된 사건은 3만6676건이다. 1심이 합의부 재판이면 항소심은 고등법원이 맡는다. 고등법원에 항소심 사건이 접수된 사건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2013년 3만5684건, 2014년 3만7167건, 2015년 3만5889건, 2016년 3만7473건으로 유의미한 증감폭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소송 가액이 낮은 민사 사건이나 형량이 가벼운 형사사건을 맡는 단독재판의 경우 불복하는 사례가 증가추세다. 판사 1명이 재판하는 단독재판부 사건은 항소할 경우 지방법원 항소부에서 2심을 맡는다. 2017년 지방법원 항소부에 접수된 사건 총 수는 12만2732건을 기록했다. 2013년 9만7628건이었지만, ▷2014년 10만7522건 ▷2015년 11만2892건 ▷2016년 12만3301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최종심인 대법원 상고심으로 가는 사건도 마찬가지로 해마다 늘고 있다. 2008년 2만8040건에 불과했던 상고심 접수 사건은 2017년 4만641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2년 3만5777건 ▷2013년 3만6156건 ▷2014년 3만7652건 ▷2015년 4만1850건 ▷2016년 4만3694건을 기록했다. 대법원은 4명의 대법관이 함께 심리하는 ‘소부’에서 대다수의 사건을 처리한다. 12명의 대법관과 대법원장이 함께 평의하는 ‘전원합의체’ 사건은 연간 100여건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대법관 1명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은 3500건이 넘는다. 대법관 한 명이 하루에 10건 이상을 쉬지 않고 처리하는 셈이다. 


하지만 상고심까지 가더라도 실제 유리한 결과를 얻는 비율은 지극히 적다. 형사사건을 기준으로 2017년 처리된 사건을 기준으로 상고한 피고인은 2만1911명이었고, ‘다시 심리하라’는 판결을 받은 당사자는 199명에 불과했다. 2심 형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는 피고인 중 99% 이상은 결과적으로 상고한 보람 없이 시간만 허비하는 셈이다. 처리된 사건을 기준으로 대법원에 상고한 형사 피고인은 ▷2013년 1만6815명 ▷2014년 1만7719명 ▷2015년 2만1110명 ▷2016년 2만1296명을 기록했다. 이 중 다시 심리하라는 ‘파기’ 결론을 얻은 숫자는 ▷2013년 253명 ▷2014년 325명 ▷2015년328명 ▷2016년 342명이었다. 파기율은 평균 5%가 채 안되고, 그마저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론이 아닌 경우도 섞여 있다. 민사 본안사건 파기율도 2017년을 기준으로 단독사건의 경우 3.9%, 합의부 사건은 6.4%를 기록했다.

법조계에서는 연간 4만건이 넘는 대법원 사건 폭증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엇갈린 해법이 나온다. 변호사단체에서는 3심 재판을 제한없이 받아주는 대신 대법관 수를 증원하자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현재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대법관은 12명이다. 반면 대법원에서는 대법관 수를 늘리더라도 접수 사건이 4만건이 넘는 이상 깊이있게 심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을 댄다. 실제 2017년 대법원에서 처리한 1만5364 건의 민사 본안 사건 중 1만322건이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1994년 심리불속행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치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건을 마무리하는 결정을 말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인 상고심 개편 해법이라는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보다 일정한 요건을 둬서 통상 사건은 2심으로 끝내고, 법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만 3심에서 다루자는 안을 선호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고허가제’를 도입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상고요건을 심사해 대법원 심리 사건을 줄이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판결에 집중하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대 여론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상고허가제는 1981년 도입됐다가 1990년 폐지됐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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