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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알바리포트①]일하는 중고생 27만명 시대…“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시급”
-청소년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사회생활경험”, “여행” 등 이유도 다양
-청소년 알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노동환경’에 집중할 때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 의정부공업고등학교 홍승표(17) 군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지난 2017년 11월, 경기도의 한 쇼핑몰에서 주차요원으로 생애 첫 ‘노동’을 시작했다. 주말마다 6시간씩, 총 다섯달을 일해 70만원을 벌었다. 이중 30만원은 “아들이 처음 일해 번 돈”이라며 부모님께 드렸고 나머지는 옷을 사는 데 썼다. 그는 아르바이트 경험을 토대로 의정부시청소년육성재단3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청소년노동 환경을 주제로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홍 군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과 말하는 방법이 바뀌었다”며 “부사관을 준비 중에 있다. 아르바이트 경험들이 면접과 시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고생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과거 생계 유지가 주된 목적이었다면 요즘엔 사회경험을 통한 자아실현, 여행비 마련 등 다양한 이유를 갖고 있다.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10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의 주요 경제 주체로 떠올랐지만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성인들과 똑같은 노동자라는 사용자의 인식과 함께 근로계약서 작성 등 노동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이른바 청소년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교육청이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자료 등에 따르면 15세이상 19세 이하 청소년 수가 전체 인구중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6.32%에서, 2017년 5.70%로 줄어들지만 이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5년 8.8%에서 2017년 9.2%로 늘어났다. 27만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셈이다.

황진구 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에는 가출아이들이나 생계적인 문제 때문에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양상이 많이 변했다. 청소년의 경제관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8년 청소년의 노동인권 기본연구 방안’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부모님께서 용돈을 주시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에는 돈이 부족해서(남성 52.6%, 여성 47.2%)”를 아르바이트 이유로 가장 많이 꼽고 있다. “스스로 사회경험을 해보고 싶어서(남성 21%, 여성17.8%)”, “생활비를 벌어야 하지는 않지만,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형편이 아니라서(남성 13.2%,여성 8.5%)” 등의 이유도 있다.

일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음식점, 식당, 레스토랑’(남성 37.6%, 여성 45.5%), ‘뷔페, 웨딩홀, 연회장’(남성과 여성 모두 17.9%) 등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이외에도 ‘전단지 배포’, ‘사무직’, ’물류회사‘ 등을 찾는 청소년들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성희롱과 폭언, 폭행은 다반사이고 임금체불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근로보호센터의 상담 실적을 보면 2017년 한해 동안 총 8600건이 접수됐고, 성희롱 폭언 폭행 건도 9건이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아르바이트가 늘어나는 것은 ‘현상’이며 지금은 이들이 올바른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때라고 제언한다. 전명훈 서울 교육청 노동인권전문관은 “일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늘어난 반면 노동환경의 질은 나빠지고 있다“며 “못하게 하기 보다 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진구 연구위원은 “청소년에 대한 폭행, 임금체불 등의 문제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와 성인들의 권리는 똑같다. 일부 사용자들은 청소년에 대해 어른들보다 함부로 대해도 된다거나 돈을 적게 줘도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성인 노동자와 똑같은 대우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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