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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함브라..’송재정 작가의 독창성은 어디서 나오나?
-“엔딩 16개를 미리 정해놓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증강현실(AR) 게임과 서사를 접목한 새로운 드라마다. 게임을 하는 건지 드라마를 보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나타난 적(전사)을 칼로 무찌르는 현빈(유진우 역)을 보는 게 흥미롭다. 게임속에서 현빈과 싸우다 죽은 박훈(차형석 역)이 실제로 죽는 등 게임과 극중 현실을 오가는 플롯이 낯설지만 새로운 시도로 호평받고 있다. 이 작품을 쓴 송재정 작가(46)를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이런 소재를 어떻게 구상한지가 가장 궁금했다.

“(웹툰속 인물이 화면속에서 나와 현실의 인물과 만나 연애하는 드라마) ‘W(더블유)’를 끝내고 구상한 게 타임슬립이었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과 함께 타임슬립 3부작을 완성하고자 했다. 미래에서 현재로 온 남자가 호텔에 묵다가 낯선 자의 방문을 받아 문을 열었더니 총을 맞고 쓰러진다는 이야기까지 만들어놨다. 이 남자가 유진우엿다. 그런데 그동안 타임슬립을 많이 만들어 새로운 소재가 없을까 하고 찾던 중 포켓몬고 열풍이 있었다. 다운을 받아 여의도광장에서 포켓몬을 잡아봤다.”

송 작가는 20대까지 게임을 많이 했다고 했다. 게임을 드라마로 하기 어려운 것은 영화 ‘아바타’처럼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힘들어서였다. 하지만 포켓몬고처럼 아이템을 증강현실로 처리할 수 있다면 드라마로 가능하리라고 생각해 타임슬립을 버리고 증강현실로 넘어왔다고 했다.

2회를 남겨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14회 시청률이 10%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송 작가는 “저는 시청률 작가는 아니지만 10대~40대까지는 많이 보는 것 같다. 이런 소재가 먹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 반응이면 감사하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나는 게임 세대다. 웬만한 게임은 다 섭렵했다. 요즘은 바빠서 못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시드 마이어의 문명’ ‘대항해시대’ ‘심시티’ 등 전략게임과 ‘클래시 오브 클랜’도 많이 했다”면서 “드라마에서는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거부감 없이 볼 수 있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어느 정도 설명은 불가피했다. 1회 그라나다 광장에서 게임하는 것을 어떻게 구현하고 게임 못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할지에 대해 고민했지만, 게임이 나오는 대목에서 채널을 돌리는 사람이 많았다. 시청층 이동과정을 거쳐 7~8회가 되니 게임에 적응되는 것 같았다. 퀘스트, 레벨업, 동맹, 이런 건 모든 게임의 기본이다. 더 이상 넘지 않으려고 애썼고, 가이드라인을 소박하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송 작가는 세 가지를 꼬아 이야기를 진행시켰다고 했다. 게임적인 재미와 진우와 형석의 인물 애증 암투, 진우와 희주(박신혜)와의 사랑 이야기다. 한마디로 하면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라고 표현했다.

“배우를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니지만, 현빈이 너무 완벽하게 구현했다. 액션과 멜로를 해야되고, 재벌이어야 하고, 스페인으로 가 전사와 싸워야 하는 신체적 조건도 필요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현빈이라야 했다. 나로서는 엄청난 행운이다. 같이 작업해 영광이다.”

반면 여주인공의 역할이 약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송 작가는 “박신혜에게 사전 양해를 구했다. 박신혜는 1인2역인데, 엠마 역할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액션을 안해 서운할 수는 있지만 6~8회에서 깊은 멜로를 보여줘 깜짝 놀랐다. 이전에 나오지 않은 멜로다. 마지막에 엠마의 역할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송 작가는 보편적 플롯을 취한다고 했다. 고대 영웅신화속, 이번 작품에서도 그리스 신화속 영웅 ‘오디세우스 왕’ 같다는 것. “잘난 왕인데 전쟁, 항해중 반격 받고 요정에게 쫓겨 고난을 겪으면서, 마법과 현실 공격에 맞서 영웅되는 과정이다. 물론 영웅에 집중하지 않고 재벌이 바닥으로 떨어져 레벨업해서 게임속 만렙 영웅되는 과정이다.”

송 작가는 “스토리텔링 책은 잘 보지 않고, 인물 평전, 전기, 인문서적, 잡지를 많이 본다. 살아있는 사람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면 뭔가 결합되는 순간이 있다”면서 “이번 유진우 캐릭터는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 자서전에서 착안했다”고 했다.

송 작가는 “독창성은 어디서 나오나”는 질문에는 “민망하다. 학창시절에는 눈에 안띠면서 한심한 학생이었다. 공부 못하고 다른 건 다 잘했다. 혼자 게임하고, 책 읽었다”면서 “세계관이란 것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나는 세계관을 생각한 적이 없다 ‘W’에서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며 이해가 안간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타진했다. 지루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 머리속에는 타당한 플롯인데,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답했다.

송 작가는 “다만 우리나라에서 찾지 않고 외국의 특이한 인물들 이야기에서 많이 뽑는다. 그래서 특이할 수는 있겠다”고 덧붙였다.

“나는 드라마 작가가 아니고, 예능, 시트콤을 하다 보니 정통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드라마를 열심히 보지도 않고, 영화와 책을 많이 봐 혼종 이야기, 낯선 걸 짠다. 크리스포퍼 놀란 감독의 놀라운 판타지도 좋아하고 인간의 감정을 잘 다루는 이안 감독도 좋아한다. 나는 드라마 작법을 공부한 적이 없다. 엔딩 16개를 미리 정해놓고 한회 한회 정점을 찍도록 하는 게 습관이 돼있다. 시트콤은 캐릭터는 연결이 되지만 30분에 완결되는 구조다. 나는 16부작보다는 10부 이내 짧은 길이의 시즌제 드라마가 잘 맞다.”

송 작가는 “남자주인공을 너무 굴린다는 반응이 있었다. 멜로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 같다. 피폐함을 즐기는 변태같다고 했다”면서 “나름 규칙은 있다. 멜로를 좋아하는 데 정통 멜로는 아니고, 멜로와 장르물의 연결고리를 찾다가 시간을 다보낸다. 장르와 코미디, 멜로를 다 좋아한다. 왜 게임과 멜로 두 개를 다 잡아 고생하냐고 하지만, 접점을 찾아가다보면 재미있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처음부터 내가 여기까지 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시트콤은 너무 재미있다. 코미디를 하고싶고 판타지도 하고싶고, 드라마도 하면서 확대됐다. 내가 어떤 게 되고싶은지는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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