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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실천이 뒤따르지않는 소통은 단순 이벤트일 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이재용, 최태원,정의선 등 대기업 대표들과 중견기업 대표,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 등 130여 명의 기업인들을 만났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 대표들과 회동한 것은 2017년 7월 청와대 호프미팅 후 1년 반 만이다. 이번 만남은 문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두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벤트성 행사에 그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타운홀 미팅의 형식이나 청와대 텀블러 산책 등 볼거리는 풍족했지만 내용면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는 게 없다. 기업인들은 종전 보다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했지만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 관료들의 반응은 경청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존 정책 고수의 의지를 밝힌 대목이 많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최저임금의 지역ㆍ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답변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보완해 나가겠다”는 의례적인 수사였다. 심지어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은 고사위기에 처한 원전 관련 업체들의 상황을 설명하며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를 요청했지만 “에너지전환 정책 전반과 모순된다”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답변에 고개를 떨궈야했다. 성 장관은 “업종 전환, 해외 수출 확대 등 연착륙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했지만 생존이 절박한 기업엔 한가한 얘기다. 한술 더 떠 문 대통령은 현재 진행중인 “원전 5기의 건설이 완료되면 전력예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 ‘재검토 불가’에 못을 박아버렸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이종태 퍼시스 회장의 제안사례다. 그는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케 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토록 하자”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공감하고 문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이뤄지는 규제는 정부가 선도적으로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구체적 사례가 한두개쯤은 더 나왔어야 했다. 그래야 이번 행사의 유용성이 입증된다. 이제는 하도 들어서 기업인들이 무슨 소리를 할지 다 알고있지 않은가.

타운홀 미팅은 공직자들이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동시에 설득하는 행사다. 서로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다. 소통을 위한 이벤트 형식으로는 제격이다. 중요한 건 결과다. 의견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은 정책결정권자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을 얻는다. 실천이 뒤따르지않는 소통은 단순 이벤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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