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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재를 더 가깝게 보는 ‘눈’…당신의 ‘지각지능’은 ?
오감 통해 받아들인 신호 개인 차 존재
통제력 상실한 팬덤·구매 ‘감정의 왜곡’
어떤 상황발생시 ‘이게 최선인가?’ 자문
긍정적 훈련 통해 지각지능 향상 가능
“실재를 직시해야 더 나은 삶 살수 있어”


“피부용 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얼마나 탱탱해질지, 보조 식품이 체중 감량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등을 판단할 대는 혹시 유명 인사의 추천, 사회적 동기의 활용 기법, 참이라기엔 너무 근사한 주장 등을 바탕으로 그 제품이 우리의 낮은 PI를 공략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살펴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지각지능’에서)

사물이나 대상의 중심부가 보이지 않는 황반변성을 앓는 이들은 비정신성 환각을 경험한다. 뇌의 시각피질이 눈에서 오는 신호를 적절히 해독하지 못해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뇌는 단지 눈으로 바라본 사물의 이미지를 채워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이미지를 새로운 이미지로 덧칠하는 것이다. 샤를 보네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추상적인 패턴부터 새, 아기, 백사장 등등 온갖 것을 본다. 이런 환각을 경험하는 사람은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안다.

나무 그루터기에서 성모 마리아를 목격했거나 유체이탈 체험을 했다든지, UFO를 보았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이들은 자신이 경험한게 실재한다고 100퍼센트 확신하며, 과학적 논리적 설명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이들 사례는 개개인에게 과연 무엇이 실재이고 환상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흔히 내가 본 게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신호도 제각각이고 뇌가 이를 기록하는데도 저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인간 지각에 관한 전문가이자 건조성 각막염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브라이언 박서 와클러는 ‘지각지능’(소소의책)에서 실재와 환상을 나누는 경계가 무엇인지, 우리 마음은 왜 환상인지 알면서도 집착하는지 들려준다.

지난 20년간의 연구 성과를 담은 이 책에서 와클러 박사는 환상과 실재를 구분하는 능력으로 지각지능(perceptual Intelligence, PI)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지각지능은 상당부분 우리의 감각과 본능에 의존하지만 때로 우리의 감정과 기억에 의해 좌우되거나 왜곡된다. 지각지능이 높다는 건, 환상과 실재의 간극을 잘 알아채는 것이다.

가령 치즈 샌드위치 하나가 3100만원에 팔리고 고양이 똥 커피 한 잔에 100달러를 지불한다거나 통제력을 상실한 팬에 의해 살해된 스포츠 스타 등의 얘기는 낮은 지각지능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와클러 박사는 지각지능이 선천적인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계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IQ처럼 높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낮은 사람이 있다. 지각지능이 높다는 건 우리의 마음이 생각했던 것보다 유연하며 필요에 따라 조형되고 재가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운전, 스포츠, 악기 연주 같은 기술을 학습하듯 학습을 통해 향상이 가능하다.

위 아래가 뒤집혀 보이는 프리즘 안경 실험은 이런 지각의 순응성을 보여주는 연구로 유명하다.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며칠동안 깨어있을 때는 언제나 이 안경을 끼고 생활해야 하는데 이 프리즘 안경은 피실험자들의 시각과 지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나면 시각은 이 거꾸로 세상에 순응해, 세계가 다시 정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안경을 벗었을 때 재순응이 일어나기까지 잠시동안 다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는 지각이 근육처럼 훈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안장애는 지각지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불안장애를 겪는 심기증 환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고 끊임없이 경고하는 신호에 사로잡힌다. 그런 착각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마음이 그런 신호를 정말로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통증의 지각으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그것의 근저에는 낮은 PI가 존재한다. 지은이는 건강에 대한 각종 인터넷 정보는 PI를 과부하상태에 놓이게 하며 심기증환자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병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착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난다.

가령 깜깜함 거실에 밤늦게 홀로 있고 천둥과 번개가 요란한데 옷걸이에 코트가 걸려있다면 십중팔구 PI가 통제력을 상실해 무시무시한 귀신이나 괴물처럼 보이게 된다. 코트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심을 품고 기어이 불을 켜 확인하기도 한다.

같은 사건과 상황을 겪어도 어떤 이는 그 경험을 통해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어떤 이는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도 지각지능과 관련이 있다. 이때 결정적인 요인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지각’과 이후 어떻게 반응하냐이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은 질병에 대한 회복력이나 치료 효과가 빠르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은이는 우리가 무엇이 실재이고 아닌지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PI를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각지능을 연마하려면 습관이 되도록 연습하는 게 최선이다. 가령 어떤 상황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초기 반응이 생길 때, 부정적인 해석으로 곧장 넘어가는 대신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이것이 최선의 선택인가?’라는 자문을 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각지능이 왜 필요할까. “지각의 힘을 활용하면 더 의식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앞에 놓인 실재를 똑바로 바라보고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게 와클러 교수의 설명이다. 책 뒤에는 지각지능 자가진단법도 들어있다.

이윤미 기자/m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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