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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송년회 끝난 심야 귀갓길, 택시 80%가 사라졌다…시민들 ‘발만 동동’
-강남역 평소 대비 20%밖에 택시 안다녀 시민들 당황
-연말 모임 마치고 택시 타려다가 “아차” 발걸음 돌리기도
-택시 대신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하는 이들도
 

서울 강남구의 한 택시타는 장소. 전국 택시 파업이 있었던 20일 오후엔 택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평소라면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가득했을 곳이다. [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맨날 택시 타는 곳인데 택시가 한 대도 없어요.” 20일 늦은 밤,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택시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윤지희(31) 씨가 휑한 도로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윤 씨는 막차 시간에 맞춰 나왔지만 지하철을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30분째 택시를 기다렸지만 한 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경기도까지 가는 택시는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황당하다. 마을 버스도 다 끊긴 시간이라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했다.

전국의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파업을 돌입한 이날 퇴근길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로 구성된 택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개인택시는 20일 오전 4시부터 24시간 동안, 법인택시는 오전 0시부터 24시간 동안 운행을 멈추는 파업에 돌입했다. 

20일 늦은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빈택시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 [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서울 강남구 지하철역 강남역과 신논현역은 평소였으면 퇴근길 손님을 태워가는 택시로 붐볐을 곳이었지만 이날은 택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후 11시께 택시 승차거부를 단속하던 서울시 교통지도과 한 직원은 “거리에 택시가 평소의 20%정도밖에 없다”면서 “길 건너 경기도로 가는 택시가 원래는 줄 서있는데 오늘은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지하철역 신사역 인근 택시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들고 있다. [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자정이 지나고 택시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낮아진 온도에 몸을 덜덜 떨며 초조한 듯 휴대폰만 바라봤다. 차량 공유 앱 등 대안 찾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불편하더라도 택시 대신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택시 파업을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모임 자리를 빠져 나왔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경기도 수원에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던 김윤정(27) 씨는 “모임이 늦어져 당연히 택시 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아차’ 싶었다”면서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아쉽긴 해도 오늘같은 날은 대중교통을 타고 일찍 귀가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먼저 나왔다”고 했다.

송년회 모임을 포기하거나 이른 귀갓길에 오른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일산에 사는 최모(42) 씨는 “한달전 지인들과 연말 모임을 약속을 잡았는데 하필 오늘 택시가 파업중이다”면서 “평소 같으면 마음 놓고 이야기하고 술을 마셨을텐데 혹시 몰라 1차만 하고 일찍 집에 가기로 했다”며 아쉬워했다.

택시 파업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업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직장인 박모(32) 씨는 “낮에도 외근 때문에 이동해야 했는데 택시가 안 잡혀 고생했고 저녁에도 성북구에 약속이 있었는데 택시를 잡지 못해 약속 시간도 늦고 장소도 변경해 겨우 만났다”면서 “이런 식의 파업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택시 기사들은 카풀 반대 3차 집회가 중요한 만큼 택시 파업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오후 늦게 파업을 종료하고 운행을 시작한 개인 택시기사 김모(65) 씨는 “하루 일당 걱정에 24시간 파업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져 못 참고 일찍 나왔다”며 “택시 파업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한 건 알지만 이렇게까지 호소를 해야 (정부가) 들어줄 것 같아서 동참했는데 손님들 반응을 보니 잃은 게 더 많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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