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은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 사회’를 비전으로, 삶의 질 향상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이 중 2040세대의 안정적 삶의 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 대책이 눈에 띈다. 집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일을 줄이기 위해 2022년까지 신혼부부들에게 돌봄 공간을 갖춘 공공주택 공급을 강화하고,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신혼희망타운 15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책의 수혜대상인 신혼부부들은 이런 정책을 어떻게 생각할까. 국토교통부가 신혼부부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주택점유형태 중 자가 비중이 44.7%로 가장 높았다.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은 약 56.9%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28.3%가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입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주택보유의식을 묻는 질문에서 신혼부부가구의 83.4%는 내집마련(자가소유)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91.5%는 주거안정을 이유로 들었다. 즉, 대다수 신혼부부가구는 장기 임대주택 공급보다 자가보유 지원을 희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신혼부부가구를 포함한 전체 조사가구를 대상으로 필요한 주거정책프로그램(1순위)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5.0%)보다 주택 구입자금(30.1%)이나 전세자금대출(18.7%)과 같은 금융상품 지원을 희망한다는 응답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이번 로드맵 어디에서도 그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금융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 집을 구입하거나 전세로 거주하기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신혼부부가 전세 또는 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실행할 때 보증을 통한 금리 인하, 대출한도 증액, 보증료 인하 등의 방법으로 지원해주는 금융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담보인정비율의 상한이 60%인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국가에서는 주택가격 대비 대출한도를 금융기관 담보인정비율보다 20~30% 증액해 최대한도를 약 95%까지 올려주는 모기지 보험(Mortgage Insurance)을 운영하고 있다. 채무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 또는 보험회사가 대신 변제해 담보인정비율이 높더라도 위험 분산효과가 있어 금융기관의 위험부담을 낮출 수 있다. 캐나다는 담보인정비율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은 공적 모기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고, 이 경우 매년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모기지 보험을 통해 무분별하게 대출이 증가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에 비해 담보인정비율이 낮은 한국에서 금융을 통한 신혼부부 주거지원 방안으로 고민해 볼만한 프로그램이다.

한국에도 서울보증보험의 모기지 보험이나 주금공의 모기지신용보증(MCG) 등을 통해 대출한도를 증액하는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 상품을 이용할 경우 소액임차보증금 해당분에 대해 추가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출한도를 증액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자산이 부족한 신혼부부가구의 주택금융지원 방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한도를 확대하기 위한 금융기법이 추가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주거지원 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신혼부부 주거지원은 인구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현황 통계에 따르면 혼인신고 건수는 2017년 약 26만 건으로 통계 발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출산율도 매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와 국가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은 정책지원 중 하나로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하고 있다. 신혼부부 주거지원의 정책대상은 다양한 사회ㆍ경제 계층이 포함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공급, 복지 측면에서 검토되고 있는 정책에 금융이 적절하게 녹아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