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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글로벌 바이오패권’을 잡아라 ③ AI] “인공지능 활용한 신약 개발, IT기술력 좋은 한국에 기회”
‘AI전문가’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
신약물질 발견은 ‘우주의 별따기’
AI는 R&D 기간 축소·투자 선순환
정부 새로운 생태계 조성 노력을


신약 개발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불행히도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퍼센트(%)로 표현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너무나 가능성이 적어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신약 물질을 발견하는 것을 ‘우주의 별을 따는 것과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이런 불가능한 일에 ‘무모한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그만큼 가능성은 적지만 성공만 하면 얻게 될 이득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의 확률을 높이고 그 과정을 줄이는 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제약사의 숙명과도 같은 셈이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은 이미 IT(정보기술),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되면서 우리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제약 분야에서도 이런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인공지능 신약 개발 전문가인 배영우<사진> 메디리타 대표(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차산업 전문 위원)를 최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만났다. 배 대표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그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신약 개발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명공학을 전공한 배 대표는 컴퓨터 사이언스 프로그래밍을 하다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세계적 IT업체 IBM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해 고객 기술 자문을 하다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4차산업 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전문 기업 메디리타를 창업, 본격적인 사업도 시작했다.

“세상에 합성이 가능한 약물의 갯수가 10의 60승개라고 합니다. 태양계를 원자로 쪼갤 때 원자 갯수가 10의 54승개라고 하죠. 약물의 합성은 태양계를 원자로 쪼개는 것보다 100만배 많은 셈입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하죠.”

배 대표는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이와 같은 예로 설명했다. 그럼 이처럼 확률이 낮은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 대표는 “신약 개발은 단순히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 복지를 위한 공공성의 측면에서 질병 극복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하나의 과제인 셈”이라며 “현재까지 밝혀진 1만4000여 개의 질병 중 5000개 정도만 치료 중이고 나머지는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신약 개발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인공 지능이 만능 박사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해 주면 좋겠지만, 현재 인공 지능은 신약 개발 단계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배 대표는 “신약을 개발할 때에는 처음 화학 분자를 디자인하는데 인공지능이 이런 디자인을 시뮬레이션해 주기도 한다”며 “약물이 인체에 들어갔을 때 어떤 반응을 거쳐 효과를 발휘하는지 등을 예측해 주기도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은 기존에 나온 연구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일도 한다. 배 대표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기존에 어떤 연구가 선행됐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해 사람이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인공지능이 이런 기간을 줄여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이 분석할 때 개입될 수 있는 편향적 시각도 배제시키는 장점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인공지능은 신약개발의 전 과정에 있어 다양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기존 신약개발 기간을 상당히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약개발 비용도 10분 1 정도는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배 대표는 “현재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1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새로운 신약을 개발할 경우 특허는 20년 정도를 보장받는다. 5년 정도의 특혜만 받는 셈”이라며 “신약 개발 기간을 10년 정도로만 줄여도 특허 보장 기간은 10년이 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또 다시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신약 개발 자체도 어렵지만 여기에 아직 개발 단계인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배 대표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배 대표는 “미국, 일본, 독일은 정부 주도 하에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국내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인공지능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걸음마는 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며 “국내의 기술력을 감안했을 때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신약 개발 산업 규모는 2024년까지 연평균 40%씩 성장,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행히 정부도 이런 인공지능 신약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주요 바이오 정책 중 하나로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추진 전략’을 선정했다. 그리고 신약 개발 단계 중 후보 물질 발굴, 임상시험, 스마트 약물 감시, 약물 재창출 등의 사업에 3년간 58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배 대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 개발이 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펀딩 등을 조성하는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며 “성공한 반도체산업처럼 전략적 투자와 함께 공감대가 이뤄져야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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