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탑·마이크 등 방송필수품
유튜브 인기 힘입어 판매 급증
올 고성능PC 판매량 67% 증가
LG·삼성 유튜버용 노트북 출시
셀카봉 등 주변장비도 수요 늘어
#.구독자 68만명의 인기 유튜버 ’군림보‘. 그가 보유한 마이크는 ’노이만 TLM102‘이다. 가격은 150만원에 달한다. 벤큐ㆍ알파스캔 모니터 2대(90만원), 오디오 인터페이스인 스파르탄큐(20만원), 캡쳐보드 에버미디어 LGX(20만원), 야마하 MG8 2CX 오디오믹서(30만원), 젠하이저HD600 해드폰(50만원) 등. 방음부스 설치에 들어간 비용(300만원)만도 총 700만원으로 1000만원에 육박한다.
#.23만명 구독자의 유튜버 ’노돌리‘
그는 “PC 본체가 중고차 한 대 값”이라고 소개했다. 본체에 들어간 AMD CPU, 기가바이트 지포스 그래픽 카드에만 300만원 가까이 썼다. 그의 조립 PC 본체 2대 비용은 총 1300만원이다.
유튜버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사양세에 접어들던 PC가 유튜버용 고성능 PC로 부활하는가 하면 스마트폰에 밀렸던 카메라는 유튜버 필수품이 됐다. 짐벌(흔들림 보정장치), 삼각대, 셀카봉 등도 유튜버 시대에 맞춰 판매가 늘고 있고 있다.
유튜브가 취미 생활을 넘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면서 구매력 갖춘 유튜버들을 공략하는 업계가 신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18일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에 따르면, 올해 1~11월 동안 200만원 이상 고성능 데스크톱 PC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 급증했다.
동영상 편집이나 방송 송출 등 고사양 PC를 원하는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급형 노트북으론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조차 가동하는 게 쉽지 않다”며 “유튜버들이 고사양의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을 구매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예 해외직구로 필요한 부품을 조달, 직접 데스크탑을 조립하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카메라 9월 기준 컴퓨터 및 주변부품 직구 거래액은 3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억원 증가했다. 인텔사는 최근 9세대 인텔코어 i9-9900K 프로세서를 출시하면서 예상 구매층을 ‘게이머 및 유튜버’로 특정했다.
한국 IDC 관계자는 “게임 유튜버 시장 등에선 인텔 코어와 라이젠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LG전자는 노트북 그램 17을 출시하면서 ‘동영상 편집에도 강하다’는 점을 홍보 전략으로 정했다.
삼성 노트북 펜S도 유튜버를 겨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휘도가 500니트라서 야외에서도 방송이 가능하고 유튜버 초보자를 위해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해주는 ‘스튜디오 플러스’ 소프트웨어가 기본 탑재돼 있다”소개했다.
카메라도 유튜버 인기에 따라 부활하고 있는 제품군이다.
기존 카메라 시장이 사진 촬영 위주였다면, 최근 업계가 선보인 유튜버용 카메라는 4K, 셀카모드, 손떨림 보정 등 동영상 촬영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니콘은 풀프레임 4K UHD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Z6’를 최근 출시했고, 캐논은 지난 3일 4K 카메라, 조명, 컨버터, 마이크 등을 결합한 ‘1인 미디어 패키지’까지 선보였다.
온라인 가격비교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짐벌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9%나 급증했다.
셀카봉 65%, 스튜디오 용품 33%, 삼각대도 19%씩 각각 증가했다.
다나와 측은 “유튜버 등이 늘면서 1인 방송장비 판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유튜버 방송용 카터칼까지 화제에 올랐다.
카터칼업체 오영민제작소의 오영민 대표는 “1인방송에 사용하려고 커터칼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유튜브 방송에 나온 뒤로 주문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유튜버의 파급력을 엿볼 수 있는 예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버가 수익모델에 성공하면서 초기 저가 장비 위주에서 점차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고가 장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업계도 점차 고사양에 휴대성 좋은 제품군을 출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상수ㆍ박세정ㆍ윤현종ㆍ민상식 기자dlc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