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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참사 1년②]기존 건물엔 무용지물 ‘화재안전법’…‘반쪽짜리 대책’ 비판도
-대형 화재 때마다 “규제 이전에 지어져” 반복
-법은 매번 강화되지만…소급 안 돼 ‘반쪽’ 비판
-노후 건축물 화재 집중돼…지난해만 2만7000건

[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29명 사망, 37명 부상. 한낮에 벌어진 화재에 속수무책으로 대형 인명피해를 입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후 1년이 지났다. 당시 대형 인명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된 부실한 소방안전 규제를 개선하고자 화재안전법이 대폭 강화됐지만, 이미 지어진 건물에는 적용할 수 없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필로티 구조의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는 2층 사우나로 삽시간에 번졌고, 안에 있던 손님 수십여명은 순식간에 불길 속에 갇혔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해당 건물은 지금은 사용이 금지된 가연성 외장재인 ‘드라이비트’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라이비트는 지난 2015년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6층 이상 또는 높이 22m 이상의 건축물’에 사용이 금지됐지만, 불이 난 스포츠센터는 그 이전에 지어져 법망을 피했다.

한 달 뒤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밀양 병원 화재까지 이어지며 소방당국은 소방기본법과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건물 화재와 관련된 소방관련 법령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12일 자동방화셔터의 근거 기준을 추가하고 내ㆍ외벽 마감재 기준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7명이 사망한 서울 국일고시원 화재가 발생하며 법령 강화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반복됐다. 이번에는 스프링클러였다. 사고가 난 고시원 건물에는 의무사항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관련법상 지하층 150㎡ 이상이거나 창문이 없는 층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이 기준을 모두 벗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1월 밀양 병원 화재 때 스프링클러 규정이 이미 문제로 지적됐었다는 것이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지난 2014년 21명이 숨진 장성 요양병원 화재 때도 부실한 스프링클러 규정이 문제가 됐는데, 밀양에 이어 이번 고시원 화재에서도 반복됐다”며 “예외 없는 스프링클러 설치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잇따른 사고에 국가안전대진단도 진행됐지만, 정작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은 점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2009년 이전에 지어져 고시원 등록 없이도 고시원으로 영업이 가능했기 떄문이었다.

반복되는 소급적용 제외 논란에 정부는 기준 강화 이전 건축물에 대해 소방특별조사를 시행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지자체도 늘어나는 건축물 화재에 건물주 스스로 화재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들 대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실제로 국일고시원의 경우, 이미 서울시의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원을 받을 경우 5년간 임대료가 동결되는 탓에 건물주는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상황은 다른 노후 건축물도 비슷하다. 이 같은 문제에 서울시는 사고 직후 임대료 인상 제한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건축물 화재 건수는 2만7714건으로 전체 화재의 62.7%에 달한다. 특히 대형 사망자가 많은 건축물 화재 특성 탓에 지난해 화재로 숨진 인원만 281명, 부상자는 1519명으로 집계됐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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