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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게임과 현실의 짜릿한 교차점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은 AR 게임이라는 낯선 소재를 드라마와 결합시켰다. 그런데 반전의 연속이다. 게임상에서 유진우(현빈)가 죽인 차형석(박훈)이 실제 세계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또 비와 기타 연주소리와 함께 다시 살아나 진우를 공격하고 있다.

이쯤되면 차원이동으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했던 송재정 작가의 전작 ‘W’ 못지 않게 새롭다. 다만 너무나 새로워 낯선 드라마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4회까지 역대급 전개를 보이고 있지만 ‘W‘처럼 후반에 약간 길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하지만 “삼각관계, 재벌, 출생의 비밀이 나오면 설명을 안해도 다 안다. 건너뛰고, 생략했더니 호응도가 높더라. 이제 무맥락도 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던 송재정 작가의 말처럼 창의적인 콘텐츠냐, 황당한 콘텐츠냐는 한끗 차이다. 드라마 작가가 가지않은 그런 ‘예측불가능함’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송재정 작가는 칭찬을 들어야 한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12월 1일 첫 방송된 이후 단 4회 만에 “지금껏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AR 게임을 주요 소재로 하는 서스펜스 로맨스라는 독특한 장르,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송재정 작가만의 새로운 스토리가 안길호 감독의 세밀한 시선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스며들고 있다는 평이다.

제작 당시부터 스페인 해외로케로 주목을 받았다. 서구적인 가톨릭 문화와 이슬람의 양식이 혼재된 스페인의 고도 그라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라나다라는 장소를 단순히 아름다운 배경으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작품 속 그라나다는 보니따 호스텔의 주인 정희주(박신혜)의 지난 12년의 삶이 묻어있는 곳이다.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꿈꾸며 스페인에 왔지만, 몇 년 만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학교까지 그만두고 정말 열심히 일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온 희주의 시간이 쌓여온 공간이기 때문.

안길호 감독은 그라나다의 곳곳을 세심한 시선으로 담아냈고, 이는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그라나다가 희주의 생활공간으로 보는 이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다. 지난 3회, 낡은 호스텔을 100억에 팔고 “이제 돈 걱정 안 하고 살아도 된다”면서 활짝 웃는 그녀에게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희주에게 일어난 마법’을 자연스레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희주가 매일을 살던 공간들이 유진우(현빈) 앞에서는 AR 게임이라는 마법이 일어난 공간으로 그려지는 극명한 대비로 신비로움을 더했다. 가히 해외촬영을 완벽하게 활용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그라나다 표현법’이다.

‘알함앓이’를 하는 드라마 팬들에게는 찾아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건 단연코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먼저 2회 방송 말미의 열차 총격씬을 보면, 1년 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진우가 총격전을 벌였던 이 장면에서는 안길호 감독이 숨겨놓은 장치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총격전으로 난잡해진 열차 칸에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 자신만의 일상에 젖어있는 캐릭터들이다.

총탄이 날아드는 절체절명의 순간 평안하게 잠에 빠져있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장면이 게임과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임을 알려준다.

3회에서 등장한 <카페 알카사바> 앞의 날씨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최양주(조현철)에 따르면 “항상 비가 오는 설정”이라는 게임의 설정은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 중 오로지 진우만 보고, 느낄 수 있는 빗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우와”하는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게임에 접속한 진우의 시선에서 현실과 게임 속의 날씨 변화를 직접 조명함으로써 AR 게임의 특별함을 한눈에 알려준 것.

이어 배우 박신혜가 연기하는 희주와 엠마를 꼽을 수 있다.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희주와 게임 속 매혹적인 클래식 기타리스트 엠마 캐릭터를 안길호 감독은 <카페 알카사바>의 창문 안팎으로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내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처럼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순간들 속에서 작품의 특별한 맛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전개에서는 어떤 마법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궁금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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