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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코스닥] 허울뿐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죄없는 개미들 손실만 키웠다

수급 실종장세 지속·안정기금도 효과 의문

코스닥 시장이 매우 불안한 장세를 연출하면서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급락 장세에서 코스닥 시장은 전세계 시장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기대했던 기관의 자금유입과 IPO(기업공개)도 올해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됐다. 허울뿐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시장은 정작 살리지도 못하고, 개인들의 피해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기관 외면, 개미만 사는 코스닥, 수급 주체가 없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선보인 코스닥벤처 공모펀드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초라하다. 7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사모펀드를 제외한 11개 공모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평균 -12.0%다. 최근들어 코스닥벤처 공모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개인투자자가 모이는 투자 카페에서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믿고 투자했다가 원금이 반토막 났다” 등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를 받쳐줄 수급 주체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자금 유입을 기대했던 기관은 오히려 코스닥시장에서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23일까지 1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보였다. 이는 2016년 12월 28일부터 2017년 1월 31일 사이 22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이후 약 2년 만의 최장 기록이다.

증시 안전판으로 여겨지는 연기금 역시 연일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증권가에선 국민연금이 지난달 안효준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 취임 후 변동성이 큰 코스닥시장 비중을 줄이고, 배당률이 높은 유가증권시장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연말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를 피하려는 개인 투자자 매물까지 나올 수 있어, 12월에도 코스닥 시장은 상승보다는 하락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효성 없는 활성화 정책…시장 견인 역부족=코스닥벤처펀드의 자금유입이 부진한 건 소득공제 혜택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스닥 급락에 투자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벤처펀드의 현재 소득공제 혜택으로는 자금유입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증권 유관기관 중심으로 5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운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시가총액(코스피ㆍ코스닥) 규모가 1600조원 규모에 달하고, 코스닥에서만 하루 몇십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고작 5000억원의 자금으로 매수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당국의 아이디어에 시장은 혀를 차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같은 방안은 내놓지 않느니만 못했다”며 “당국이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수’만 읽힌 결과”라고 꼬집었다.

코스닥시장을 혁신기업의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ㆍ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은 코스닥벤처펀드 출범과 함께 연내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수가 100개 종목 이상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규 상장한 종목은 61개에 불과하고, 대어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특히 코스닥 시장이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워지자, 상장을 연기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위원장과 본부장을 분리한 이원화체제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위원장이 비상임직인데다 권한은 비대해진 반면, 본부장은 실무적인 일을 주도하지만 대외적인 활동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업무 분담 및 협업이 잘 되지 않아, 시너지는커녕,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벤처 활성화 펀드도 결국은 수익률“이라며 ”규제 완화나 기업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추세적인 코스닥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펀드로 수급 쪽에서 반짝 부양은 있었지만, 좋은 회사들이 남아있게 한다거나 개인투자자 비중을 줄이는 등의 체질개선까진 이뤄지지 않았다”며 “결국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코스닥 시장도 근본적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나래 기자/tick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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