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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데이터시대의 프라이버시?…드러낼수록 ‘得’
“소셜 데이터 혁명에 동참하려면 우리는 눈앞에 제시된 것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낡고 수동적인 ‘소비자’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적극적으로 소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공동 생산자라는 새로운 사고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에서
SNS 매일 접속 거침없이 사생활 노출
기업 데이터 이용 투명한 공개가 우선
이용자 데이터 생성·변경 권한도 부여

주변인 데이터만으로도 드러나는 ‘나’
지난 100년 애지중지했던 프라이버시
현실·미래 가능성 반영 규칙 새로 써야

#2014년 페이스북이 사용자 68만명을 대상으로 감정의 변화를 실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칵 뒤집어졌다. 페이스북에 올린 긍정적, 부정적 글에 따라 사용자들의 감정이 바뀐다는 게 확인되면서 감정 조작이 사회이슈화됐다. 이런 논란에도 페이스북 이용량에는 변화가 없었다. 중국 세서밋 크레딧은 사용자별 구매내역을 분석, 신용평점을 매기는데 중국의 한 온라인 데이팅사이트에서는 신용평점을 회원의 중요 프로필로 본다.

개인정보 유출이 수시로 보고되지만 소셜미디어 계정이나 내비게이션 앱 등 디지털서비스를 없애자는 움직임은 없다. 왜일까. 한마디로 정보 공유로 얻는 게 더 많기 때문 이다.

매일 10억명 이상이 생산하는 데이터 양은 엄청나다. 거침없이 사생활을 노출시키는 소셜미디어 시대, 프라이버시를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안드레아스 와이겐드는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사계절)에서 “지난 100년간 애지중지해온 프라이버시가 이제 그저 환상에 불과함을 인식해야 할 때”라고 단언한다. 과거에는 누군가가 내 사진을 게재하는 것을 쉽게 막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 우리는 종일 접속상태다. 모든 움직임과 소리, 만남, 대화, 건강상태, 감정의 변화까지 모두 기록된다. 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주변인들의 데이터만으로도 내가 누구인지 다 알게 된다. 가령 AOL이 회원 65만여명의 익명화된 검색 자료 3개월치를 연구 목적으로 제공하자 뉴욕타임즈 기자 2명이 이를 입수해 몇몇 개인을 판별해내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디지털 흔적만으로 모래에서 바늘 찾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와이겐드는 데이터 생성과 공유가 일상인 세상에서 낡은 프라이버시를 마냥 이상화하면서 보호와 권리를 주장하다보면 소셜데이터혁명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규칙이 미래에도 우리를 보호해주길 바라기보다 현실과 미래의 가능성을 반영하는 규칙을 새로 만드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 예로, 현재 개인의 정보 통제권은 무의미다. 가령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해야 하는데, 이를 거절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

와이겐드는 지난 20년간 아마존을 비롯, 다수의 데이터 기업과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셜 데이터의 오용을 막고 데이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프라이버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바로 투명성과 주체성이다.

투명성은 자신의 데이터를 알 권리를 말한다. 어떤 데이터를 누가 갖고 이용하며, 그것이 어떤 식으로 내가 얻는 결과에 기여하는지 등을 알 권리다. 과거에 구입한 책을 사려고 하면, 구매 기록을 제시하며 구입하겠냐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항공마일리지 유효기간 알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투명성 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가령 고객상담센터에 전화를 걸면 품질 보증을 위해 녹음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런데 고객은 녹음된 데이터에 접근할 권리가 없고, 반대로 이를 녹음할 경우엔 법에 저촉되기도 한다. 지은이는 “투명성을 새로운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용하는 쪽의 정보가 더 많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한다.

투명성과 함께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생성· 변경할 권한, 주체성이 보장돼야 한다.주체성은 검열되지 않은 고객 리뷰 같은 게 한 예다. 개인이 정보 통제권을 갖게 되면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은 완전히 바뀐다.

즉 개인과 기업의 관계가 역전되는 현상이다. 지은이는 이를 ’부호 반전‘(sign flips)이라고 부른다. 가령 아마존은 고객이 제품에 대한 콘텐츠 대부분을 작성하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사용자에게 권한을 많이 줄수록 서비스의 질은 향상되고 소비자의 충성도는 올라가게 된다.

와이겐드는 “개인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를 확보하면서 구식 마케팅과 조직은 갈수록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기업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는 머지않아 고객이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지은이는 담을 쌓고 스스로 갇혀 있기보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혜택을 극대화하고 데이터 공유의 장점과 단점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2018년 독일 연방정부의 디지털 추진을 위한 전문가그룹인 디지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와이겐드는 2006년부터 모든 강의와 연설 일정, 예약해 놓은 항공권 일정과 좌석까지 모두 개인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데이터는 이전까지 없던 가치를 새로 발견하고, 그것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책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링크드인 등 데이터 기업들이 우리의 데이터로 무엇을 하는지, 이런 데이터들이 어떻게 우리 생활을 바꿔 놓는지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들려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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