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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文대통령 원전 세일즈외교 지켜보기가 불편한 이유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를 지켜보기가 편안치 않다. 국익을 위해 대통령이 열심히 뛰는 것은 당연하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마지 못해 등 떠밀려 나서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불량제품을 팔다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불안감마저 엄습한다. 국내에서는 탈(脫) 원전을 거세게 밀어붙이면서 해외 수출에는 앞장서겠다는 건 누가 봐도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도 납득이 안되는 모순을 구매 당사자인 체코 정부와 국민이 이해하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체코는 전력의 3분의 1일을 6기의 원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2~3기의 추가 건설을 추진중이다. 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굳이 체코를 방문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출국에 앞서 청와대 관계자도 “우리의 원전 강점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라며 체코 방문의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 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체코 정부가 발주할 원전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에서 추진되는 원전사업에 우리 참여할 수 있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은 현재 24기원 원전을 운영 중이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 틀린 말이 없지만 웬지 듣기가 거북하다. 이렇게 탁월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우리는 원전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체코에서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원전 강국들이 치열한 수준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 비해 한국의 경쟁력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통해 국제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상태고 체코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안과 밖이 다른 원전 정책의 모순 극복이다. 청와대는 “좁은 국토에 밀집된 원전으로 인한 안전성 때문이며 에너지 전환 정책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지만 설득력이 없다. 한국의 기술력이 그런 정도라면 어떻게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느냐며 경쟁국들이 따지고 들면 대답이 막힐 수밖에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엇박자 원전 정책을 과감히 중단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정책을 거둬들이는 게 부담스럽다면 대만처럼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 대통령이 우수한 원전을 세일즈 하면서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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