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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암법 뚜렷한 궁중회화 ‘기사계첩’ 국보 된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화재청은 18세기 초 대표적 궁중회화로 꼽혀 온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새로이 지정 예고하고, 조선 시대 목판과 경전,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등 3건에 대해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1987년 보물 제929호로 지정된 ‘기사계첩(耆社契帖)’은 1719년(숙종 45년) 숙종이 59세로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契)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행사는 1719년에 있었으나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1720년에 최종 완성되었다.

계첩(契帖)이란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를 조직해 만든 화첩으로, 보통 참석한 인원수대로 제작해 나눠 갖는다. 기념사진과 유사한 기능이다.

기로소(耆老所)는 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노년의 문관(文官)들을 우대하던 기관이다. 숙종은 국왕의 지위라서 59세임에도 전례에 따라 들어갔다.

계첩은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半身)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祝詩) 등으로 구성되었다.

계첩에 수록된 행사그림 순서는 ①어첩봉안도(御帖奉安圖): 경희궁 흥정당에서 기로소에 어첩을 봉안하러 가는 행렬 ②숭정전진하전도(崇政殿進賀箋圖): 이튿날인 2월 12일 기로신들이 경희궁 숭정전에서 진하례를 올리는 장면 ③경현당석연도(景賢堂錫宴圖): 4월 18일 경현당에서 왕이 기로신들에게 베푼 연회 광경 ④봉배귀사도(奉盃歸社圖): 기로신들이 경현당 석연에서 하사받은 은배(銀盃)를 들고 기로소로 돌아가는 행렬 ⑤기사사연도(耆社私宴圖): 기로신들이 기로소에서 연회를 행하는 모습이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金振汝), 장태흥(張泰興) 등 실무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다른 궁중회화에서는 찾기 어려운 ‘기사계첩’ 만의 특징이다.

수준 높은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에 있어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18세기 이후 궁중행사도 제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제작 당시의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고 그림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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