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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귀농·귀촌, 가족이 희망이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이주한 사람이 2017년에만 5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귀농·귀촌은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물론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기준 탓에 귀촌거품이 잔뜩 끼어있긴 하다). 신문과 방송 등에선 ‘흥행’이 될 만한 귀농·귀촌인 스토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 큰 흐름 중 하나는 성공한 귀농·귀촌인, 특히 억대농부의 스토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주인공은 5060세대가 주류였다. 요즘은 정부의 청년귀농정책에 동조라도 하듯 젊은 2030 억대농부(또는 이에 도전하는) 소개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억대농부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농업매출기준으로 보아도 억대농부는 2017년 전체 농가의 3.2%에 불과했다.

또 하나의 큰 흐름은 억대농부 아닌 순수 자연인에 대한 조명이다. 모 방송국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가 인기를 모으자 유사 프로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도시의 50~70세대는 자연을 벗해 안빈낙도하는 그들의 일상에 흠뻑 빠져든다. 은퇴 후 그들처럼 살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자연인은 어쩔 수 없이 산중 오지로 도피하듯 선택한 삶이다. 정상적인 은퇴자라면 흉내도 내지 마시라!

결국 대부분의 귀농·귀촌인들에겐 억대농부나 자연인은 이루기 힘든 목표 또는 희망이란 것이다. 환상과 기대감, 착각으로 시작한 귀농·귀촌은 자칫 실망과 절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귀농·귀촌 50만 시대라고 하지만, 정작 농촌의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어촌과 산촌도 매한가지다). 지방 소멸론이 나올 만큼 위기에 처한 게 오늘의 농촌이다. 농촌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고,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근래 들어 농촌의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복원 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미 농촌 또한 가족공동체가 해체된 마당에 이를 아무리 강조해본들 공허할 뿐 이다. 그 근간이 되는 가족의 복원 없이는 요원한 이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귀농·귀촌 칼럼니스트 이자 강사인 필자가 가족이 함께 하는 귀농·귀촌인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기존 원주민 가족도 2대가 함께 사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게 지금의 농촌이다. 그런데 귀농·귀촌인 가운데는 시부모(또는 친정부모)와 자녀 등 3대가 함께 하는 사례도 (비록 드물지만) 있다. 취학 전후 자녀들과 함께 들어온 40대도 주변에 꽤 있다. 정부가 청년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2030 귀농정책에만 올 인하고 있지만 40대 또한 그에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한 인적 자원이라고 본다.

50~70세대 귀농·귀촌인들의 경우 도시에서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자녀들이 합류하는 사례도 간혹 눈에 띈다. 이는 기존 원주민 농가의 자녀 승계비율이 저조한 현실에서 볼 때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2017년 귀농가구의 65.2%, 귀촌가구의 69.5%가 나 홀로 가구임을 감안한다면, 가족 단위 귀농·귀촌인들이야 말로 ‘농촌의 애국자’라 표현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고령화·공동화로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의 진실한 희망이다. 농부가 밭에 씨앗을 뿌리듯 아기의 울음소리가 끊어진 농촌에 부활의 씨를 뿌리는 게 바로 이들이 아닌가. 이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미디어도, 정부와 지자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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