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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성일 우군행정사사무소 소장] 기형적인 장기계속공사제도 이대로 둘 것인가?
최근 대법원이 12개 건설사가 정부를 상대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공사비’(이하 ‘간접비’) 보상을 청구한 상고심에서 9:4로 원심을 뒤집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했다. 관련 소송만 모두 260건, 1조2000여억 원이나 돼 논란이 뜨겁다.

‘국가계약법’ 제21조(계속비 및 장기계속계약)는 임차, 운송, 보관 등 이행에 수년을 요하는 경우 장기계속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행령에 장기계속공사는 총공사금액을 부기(이하 ‘총괄계약’)하고 당해 연도 예산의 범위 안에서 연차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총괄계약의 총공사금액 및 총공사기간은 각 연차별 계약 체결에 잠정적 기준으로만 활용될 뿐, 이를 근거로 각 연차별 계약에 확정적인 권리의무를 발생시키거나 구속력을 갖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면서 총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의 증액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정부(조달청)가 법령에 정한 총공사금액 외에 총공사기간까지 총괄계약에 부기한 것이 계약적으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 따로 살피지 않은 것은 아쉽다. 법령의 규정대로라면 총괄계약시 총공사기간은 삭제하거나 예산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부기했어야 한다.

간접비는 간접노무비(보조작업 종사노무자 또는 종업원 등의 임금 등)와 전기ㆍ수도광열비나 안전관리비 등의 경비를 총칭하는 것으로 공사기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건설사는 입찰시 정부가 제시한 총공사기간을 참고해 간접비를 산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법령의 규정과 달리 정부가 입찰시에 총공사기간을 제시하고 이를 총괄계약서에 부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의 예산사정에 따라 공사기간이 유동적인 장기계속공사의 경우, 총괄계약의 간접비 총액은 확정금액이 아닌 잠정(provisional)금액으로 총공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매년 차수별 계약 체결시 공사기간에 비례해 증액조정을 하거나 실비로 추가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총공사기간이 연장됐음에도 간접비 조정이 없었다면 부당하다.

한편, 총공사대금 조정 신청은 총공사대금을 최종적으로 수령하기 전에만 하면 된다고 판단한 대법원의 소수의견 또한 국제표준과는 동떨어져 있다.

건설공사의 국제표준계약조건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국제컨설팅엔지니어링협회(FIDIC) 공사계약약관의 경우 20.1항(건설사의 클레임)에서 공사기간 연장이나 추가비용 청구의 경우, 그 사유를 인지하거나 인지해야만 하는 시점으로부터 28일 이내에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위반시 건설사의 권리자체를 박탈하고 있는데, 이는 발주처에게 예산절감을 위한 사전검토 및 상호협의조정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준공일 전년도 5월 31일까지만 1회에 한해 공기연장 간접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 또한 어처구니없다.

건설사의 정당한 청구까지 불허하고 오히려 간접비 포기각서를 종용하는 등 발주처의 갑질을 막기 위해 공사현장마다 분쟁조정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청구시점과 절차도 법령에 명백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어떻든 미국은 공사기간을 비용으로 환산해 입찰하는 ‘A(공사비)+B(공사기간의 비용환산금액)방식’을 통해 건설사가 총공사기간을 줄이도록 독려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장기계속계약제도 때문에 능력 있는 건설사조차 적절한 사업관리를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요컨대, 국제적으로 유사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장기계속공사제도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이미 ‘국가재정법’ 제23조와 ‘국가계약법’ 제21조에 완성에 수년이 걸리는 공사는 그 경비의 총액과 연부액을 미리 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계속비사업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설공사는 이에 따르고, 장기계속계약은 법의 취지대로 임차, 운송, 보관 등의 분야에서만 활용하도록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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