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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에 기금 강요는 적폐라더니…달라진게 뭔가
국회 농림축식품해양수산위원가 15일 국회에서 개최한 ‘농어촌과 민간기업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눈쌀이 찌푸려진다. 이날 간담회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모금 독려를 위한 자리였다. 이 기금은 각종 무역협정(FTA)으로 피해보는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모금 실적이 저조하자 대기업 관계자를 불러 출연을 압박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를 꺼내든 것이다.

참석자 면면을 봐도 그 저의가 한 눈에 드러난다. 이날 간담회에는 해당 위원회 소속 의원과 함께 정부 관련부처 장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 등 15개 국내 대기업 사장급 임원들이 참석했다. 참석 대상자도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한다. 말이 상생 협력 간담회이지 정치권과 정부가 기업의 기금출연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주최측이나 정부는 이날 기금 출연이 강제 사항 아니라는 점을 수시로 강조했다. 여야 합의로 법에 따른 것이란 ‘정당성’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농어촌에 고향을 두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 “농가소득이 감소하고 있으니 기업이 좀 나서야 하지 않겠나”며 압박의 강도를 높여 나갔다. “기업의 출연 실적이 저조해 유감”이란 노골적 발언도 나왔다. 심지어 “정권이 바뀌어도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는 웃지못할 회유성 발언도 있었다. 아무리 강제성 없다고 하더라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기업은 없다. ‘팔 비틀기’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이런 방식의 기금 모금은 이전 같으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다르다.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무너져 내린 것은 미르재단 등의 기금출연이 발단이 됐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다. 더욱이 기업에 각종 기금 출연을 강요하는 것은 현 정부가 표방하는 ‘적폐 청산’ 대상의 하나다. 그런데도 백주에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인을 불러다 윽박지르고 있으니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실제 모금 성적이 지지부진하다. 올 연말이면 2000억원은 모아야 하는데 모금액은 500억원 남짓이다. 그나마 98%는 공기업이 출연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대기업이 자발적 출연을 꺼리는지 그 이유부터 헤아려야 하는 게 순서다. 관련 재판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무작정 빚 독촉하듯 기업에 손을 내밀 일이 아니다. 게다가 기업의 이익은 법인세와 소득세로 충분히 냈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의 준조세가 한해 설비 투자액과 맞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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