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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창서 발견 조선시대 ‘비격진천뢰’는 어떤 무기?
조선시대에 조성한 전북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사적 제346호)에서 조선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11점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화포에 넣어 발사…직접 던지는 중국 ‘진천뢰’와는 달라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전북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에서 11점이 나온 조선시대 작렬(炸裂·산산이 흩어짐) 시한폭탄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는 국내 병기사(兵器史)에서 획기적인 유물로 평가된다.

전쟁사를 전공한 박재광 건국대박물관 학예실장은 저서 ‘화염 조선’에서 과거에 화포는 대부분 성벽을 부수거나 함선을 격파하는 데 사용했지만, 비격진천뢰는 우리나라 고유 화기 가운데 유일하게 목표물에 날아가 폭발하는 포탄이라고 설명했다.

조선 후기 학자 이규경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거북선과 함께 병가의 신기로 평가한 비격진천뢰는 화포장(火砲匠) 이장손이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이전에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기서인 ‘화포식언해’(火砲式諺解)와 ‘융원필비’(戎垣必備)에는 비격진천뢰를 “체형은 박과 같이 둥글고 부리에는 손잡이 달린 뚜껑이 있다. 화포에 실어 발사하되 불꽃을 막으려면 진천뢰 심지에 불을 붙이고 나서 화포 심지에 불을 붙인다”고 소개한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비격진천뢰는 크기가 비슷한데, 지름이 20㎝ 안팎이다. 재질은무쇠이고, 내부는 비었다. 안쪽에는 화약과 쇳조각, 발화 장치인 죽통(竹筒)을 넣었다. 죽통 속에는 나선형 홈이 있는 목곡(木谷)이 들었고, 목곡에는 폭발 시간을 조절하는 도화선을 감았다.

박 실장은 “빨리 폭발하게 하려면 10번을 감고, 더디게 터지도록 하려면 15번을 감았을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한 뒤 “목곡이 원시적 형태의 기폭 장치인 신관(信管) 역할을 대신했다”고 강조했다.

비격진천뢰에는 위쪽과 옆쪽에 각각 구멍이 있다. 죽통을 폭탄 안에 넣고 위쪽 구멍을 막은 뒤 옆쪽 구멍으로 화약을 주입했다. 이어 죽통에서 나온 심지에 불은 붙이면 일정 시간이 흐른 뒤 폭발했다.

비격진천뢰는 대개 화포에 넣어 발사했다. 화포는 크기에 따라 대·중·소로 나뉘며, 비격진천뢰가 없을 때는 돌을 둥글게 다듬어 쏘기도 했다.

중국에는 비격진천뢰와 유사한 ‘진천뢰’라는 폭탄이 있다. 도자기나 금속 재질 용기에 화약을 넣는다는 점은 비격진천뢰와 같지만, 기능과 사용법은 차이가 있다.

박 실장은 “진천뢰 내부에는 죽통이 없고, 화포로 발사하지 않아 직접 던져 터뜨려야 한다”며 “비격진천뢰는 폭발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화포로 날려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무장읍성을 발굴한 호남문화재연구원 이영덕 조사연구실장은 15일 “진천뢰는 금나라가 1232년 몽고군 침입 때 사용했다고 전하는데, 주로 성에서 방어용으로 쓴 무기”라며 “비격진천뢰는 날아서 친다는 ‘비격’(飛擊)이라는 용어처럼 포탄을 발사하면 약 500∼600m를 날아갔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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