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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성미자 검출로 북한 비핵화 검증 가능
북한 영변 지역 인공위성 이미지.[제공=IBS]


- IBS 지하실험연구단, 국제 물리학자들과 北영변 원자로 모니터링 방법 제시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이 학문적 목적으로 이용돼 온 중성미자 검출기가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6개국 15개 기관의 세계적 중성미자 학자들의 목소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레터코너에 기사 형태로 담겼다.

9일 IBS에 따르면 사이언스는 지난 9월 7일 ‘북한의 비핵화’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북한의 핵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의 김영덕 단장, 서선희 연구위원, 김수봉 서울대 교수와 국제 중성미자 학자들은 중성미자 검출기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존 검증 수단들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검증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성미자(neutrino)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가운데 가장 가벼운 입자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전하를 띠지 않고 상호작용만하기 때문에 관측이 힘들어 ‘유령 입자’로도 불린다. 빅뱅, 초신성폭발, 태양의 핵융합, 우주선이 대기에 들어올 때 등 자연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핵분열 할 때 만들어지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되는 중성미자를 분석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중성미자의 성질을 규명하려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레터 기사에는 북한 영변 원자로 주변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한다면 원거리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폐쇄회로 TV의 도움 없이도 24시간 원자로의 가동상황은 물론, 플루토늄 생성도 감시할 수 있다.

원자로에서는 1초에 1000만W 원자로는 소규모 연구용 원자로와 대규모 상업용 원자로로 구분된다. 국내 연구로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의 경우 열 출력이 30MW수준이다. 영광, 고리, 월성 지역에 전기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경수용원자로는 열 출력이 2.5~2.8GW에 이른다. 북한 영변지역에는 열 출력 20MW급 원자로와 100MW급 실험용 경수로가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생성되는 중성미자의 개수는 원자로의 열 출력에 비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으로 중성미자가 검출된 개수를 통해 원자로의 가동여부 및 열 출력을 추적할 수 있다. 또 핵연료로 사용된 동위원소의 시간에 따른 변화도 감시할 수 있다.

서선희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은 “영변지역 지형을 고려할 때 중성미자 검출기의 설치 위치에 따라 검증도구로 사용될 검출기의 종류가 달라질 것”이라며 “만약 접근제한으로 인해 1km 가량 떨어진 원거리에 설치돼야 한다면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검출기와 같은 종류의 검출기를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중성미자 학자들은 실제로 이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북한 과학자들의 참여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한다면, 비핵화 검증은 물론 물리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연구결과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을 담보하는 동시에 북한 과학자들이 국제무대에 함께 오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서 연구위원은 “중성미자 검출기는 기존 검증도구와 달리 통제지역인 원자로에서 벗어나 원거리에서도 핵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이번 기사는 물리학의 최첨단 기술이 평화적 이용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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