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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실험조차 못하고 사장위기 놓인 ‘광주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가 결국 실험조차 해보지 못한채 또 다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광주시와 노동계는 31일 3차 원탁회의를 통해 밤샘대화에 나섰지만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노동계는 5년간 단체협약 유예 조건 취소와 주요 경영 정보와 의사 결정 과정의 노조 공유를 계속 요구했고 광주시도 현대차에 연간 최소 생산 물량을 약속해 달라는 입장이다. 제안을 받는 입장인 현대차는 지분 참여와 함께 위탁 생산만 할 뿐, 경영 참가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광주시는 현대차측과 추가 협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종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데다 현대차 노조가 총파업까지 선언한 마당이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최대 주주로 빛그린산업단지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유치해 초임을 자동차업계 평균임금의 절반수준인 3500만원으로 하는 대신 각종 후생 복지 비용으로 소득 부족분을 지원해 줌으로써 직접 고용은 물론 부품업계 간접 고용까지 포함해 무려 1만2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 지난 2014년부터 나온 얘기지만 지지부진하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이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지까지보이면서 새로운 동력을 얻어 최근 급진전되는 듯 했다.현대차는 1300억 원을 투자해 1000㏄ 미만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신차를 만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해외의 성공사례는 많다. 광주형 일자리 자체가 기존 근로자들보다 20% 낮은 임금에 주 3시간 더 일하는 독립법인 설립에 성공한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2009년 리콜 사태로 위기에 빠졌던 도요타자동차가 회생의 길을 열수 있었던 것도 기타큐슈 지방정부의 지원제안을 받아들여 그 지역에 새 공장을 지은 덕분이다.

1996년 이후 현대차는 국내 공장을 짓지 않는다. 대신 해외에 19개 공장을 지어 줄잡아 6만여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의 고비용 저효율 공장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에 완성차 공장이 생긴다해도 기존 노조가 일감을 나누어 줄 리는 만무하다. 새 모델로 수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결국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나 자동차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ㆍ관ㆍ노동계가 합심하는 상생형 제조업 생산성 혁신 실험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일자리 창출 의지와 능력을 가늠할 시금석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만 내놓다가 맥없이 좌초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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