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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징용피해자 배상 갈등, 우리 정부도 일부 부담해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신일철주금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 파장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일제에 의해 자행된 강제 노역의 불법성이 거듭 확인됐고, 이제라도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함께 배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한일 양국간 외교적 마찰로 비화될 조짐이 보여 우려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재단 해산 결정 등으로 가뜩이나 불편한 양국관계가 껄끄럽게 됐다. 자칫 없친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의 반응을 보면 그럴 여지가 매우 높다. 징용자 배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며 일본 정부는 물론 해당기업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그 강도가 이례적으로 높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직접 밝혔고, 고노 다로 외상은 “국제 재판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일본 언론들도 31일 ‘한일관계를 흔드는 사태’, ‘국가간 약속을 깨고 신용을 잃은 것은 한국’ 등 비판 일색의 보도를 내보냈다.

해당 기업인 신일본주철의 입장은 더 강경하다. 회사측은 즉각 “매우 유감”이라며 “한일 양국 및 국민 간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 그리고 일본 정부의 견해와도 반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 대법원 판결에 불복할 것이고, 물론 배상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 대법원의 권위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이제 일제 배상에 대한 양국 법원의 판단도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것이 거듭 확인됐다. 일본최고재판소는 2003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금 지급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일제 피해자 배상문제는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국 정부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 셈이다.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아픈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 그 전제는 일본의 진정한 사과다.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된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조치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후속적인 조치에 한일 청구권 협정이 모호했던 점을 인정하고, 피해자 보상 일부를 떠안아야 한다. 두 나라 모두 서로 한발씩 물러서야 미래가 보인다. 과거사 문제로 양국간 교류와 협력에 차질이 빚어지고 파국으로 이어지는 일은 적어도 없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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