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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법원, 특별재판부 반대보다 사법 불신 반성이 먼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논란에 대한 법원 차원의 반응이란 점에서 안 처장의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안 처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 “사건 배당이 재판의 본질이며 특정인을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안 처장은 “사건 배당이 외부 세력에 의해 이뤄진다면 사법부 독립에 중대한 침해가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 질문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분명히 제시했다.

안 처장 ‘개인’ 의견임을 전제했지만 이는 실질적인 대법원 공식 입장이라고 봐야 한다. 안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을 심리하는 별도의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정치권 논란이 뜨겁다. 법원행정처장이 이를 모르고 국회에 출석했을리는 만무하다.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질의가 충분히 예상된 만큼 답변 준비도 치밀하게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협의를 거쳤고, 그의 의중도 안 처장의 답변에 반영됐다고 본다.

특별재판부 설치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관련 사안은 압수수색 영장이 열에 아홉은 기각되는 판이다. 누가 봐도 제식구 감싸기의 모습이 역력하다. 설령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특별재판부 논란을 불러온 것은 사법부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하지만 특별재판부 설치는 그야말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사안이다. 60% 이상 국민이 찬성한다지만 여론 조사로 밀어붙일 일은 더더욱 아니다. 당장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과 배치된다. 1,2심만 특별재판부에 맡기는 등 위헌 소지를 없앤다고 하나 궁극적으로 헌법정신에는 벗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특정 사안에 대한 특별재판부가 설치되면 향후 정치권에서 이를 남용할 우려도 크다. 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특별재판부가 설치되더라도 특정 이념의 판사들로 재판부가 구성된다면 이 역시 공정성을 의심받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사법부는 이번 파동을 뼈를 깎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다. 정권에 따라 갈팡질팡하면서 법과 원칙을 토대로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특별재판부 반대입장을 내놓기 보다는 통렬한 반성과 개혁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되찾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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