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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기 최대고객 사라질라…트럼프의 ‘사우디 딜레마’
중간선거를 2주 앞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몬태나주 미줄라시에서 공화당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줄라를 향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카슈끄지가 죽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분명히 그런 것 같이 보인다. 매우 슬픈 일”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
입장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으로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중동의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 왕실의 카슈끄지 살해 관여 정황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수조원에 이르는 무기 판매 계획에 차질도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제재 복원과 중국 무역전쟁,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살펴야 하는 것도 그의 입장을 어정쩡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카슈끄지가 소속된 워싱턴포스트(WP)는 물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일간지들은 18일(현지시간)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망 사실을 처음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몬타나로 떠나기 전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카슈끄지가 숨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보인다”며, 미국 정부는 사우디에 대해 “매우 가혹한” 대응도 감안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오는 23일 예정된 사우디 국제투자회의 불참 방침을 공식화했다. ▶관련기사 8면

이는 당초 사우디 왕실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두둔’하던 입장에서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번주 초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실종에 사우디 왕실이 관여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좀 더 관심을 보였다. 그는 지난 15일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통화 후 “어쩌면 그가 진짜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길 원하진 않지만 어쩌면 불한당 살인자들(rougue killers)일 수도 있는 것처럼 들렸다”며, ‘꼬리 자리기’에 나선 사우디 왕실의 입장을 두둔했다.

미국의 주요 무기 구매처인 사우디와의 동맹 관계, 이란 제재 복원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사우디 왕실의 해명을 믿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사우디를 방문해 1100억달러(125조원)에 달하는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비지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우리의 파트너이고, 동맹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미국 군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 것으로 이해된다.

핵협정에서 탈퇴한 이란에 대한 제재 복원을 앞두고 원유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는 필요성과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사우디와의 갈등으로 전선을 넓히는 것에 대한 부담도 일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이 러시아를 침투하고,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는 등 전선 확대는 곧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믿고 싶었던 사우디 왕실의 해명은 카슈끄지 살해 의혹의 정황이 뚜렷해지면서 ‘꼬리 자르기’로 이해됐고 더이상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는 터키의 역할도 상당하다. 카슈끄지가 참수된 것으로 보이는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수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터키 친정부 언론매체로부터 카슈끄지가 무참히 참수되는 녹음 파일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터키 친정부 일간지 예니샤파크는 18일 익명의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카슈끄지가 실종된 당일 이스탄불을 다녀간 사우디 일행 가운데 마샬 사드 알보스타니 사우디 공군 중위가 ‘수상한’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보도도 내보냈다.

내달 중간선거와 100조원 넘는 거래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이 연루되지 않았을 가능성과 관련해 여전히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그는 사우디에 대한 대응 방침으로 “매우 가혹할 것”이라면서도 “나쁜 일이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며 가혹한 대응에 앞서 선 진상규명 입장을 고수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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