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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회사 밖으로 나가는 혁신의 인큐베이터 삼성전자 C랩…5년 간 500개 스타트업 육성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 라운지에서 C랩 과제원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다.

- 수평적ㆍ창의적 조직문화 구축에 방점…자유로운 토론ㆍ개발 환경
- 혁신 아이디어의 인큐베이터로 자리매김…사회공헌 아이디어 사업화 성과
- C랩 노하우 외부와 공유 통해 창업 생태계 강화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삼성전자는 과거에 늘 ‘관리의 삼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습니다. 6년동안 C랩을 진행하면서 임직원들은 (창의적인 회사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체감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시작은 ‘창의적인 문화’를 조직에 어떻게 심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엄격한 조직문화, 과도한 업무량, 성과주의 등의 ‘편견’ 속에서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이라는 실험을 시작했다. 사내 임직원들로부터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했고, 삼성전자의 자원으로 이들을 지원해 이를 스타트업까지 발전시켜 온 지 6년. 현재 C랩은 36개의 스타트업 스핀오프(분사)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창의적 문화’를 심겠다는 소정의 목적을 이루고 있다.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내 ‘C랩’ 연구소는 삼성전자의 풍부한 자원과 소규모 스타트업만의 조직문과가 결합된 ‘인큐베이팅 공간’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났다.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 지하 700평 가량 C랩 전용공간과 함께 지난해 11월 외부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를 마련했다. 사내 스타트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직원들은 이곳에서 1년 간 과제를 개발하고, 스핀오프 단계까지 아이디어 발전시키게 된다.

이곳은 자리배치부터 일반적인 기업의 모습과 다르다. 1과제당 1 셀(Cell)의 자리가 배정되는 데 흔히 팀 내 최고 책임자에게 배정되는 ‘상석’이 없다. 때문에 과제를 함께하는 팀원들이 계층 구조 없이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다. 셀 중간 마다 배치된 보드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었다. 내부에서 언제나 자유로운 토론과 아이디어 제안이 이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랩 지원 아이디어로 선정되면 현업에서 벗어나 이곳(C랩 연구소)에서 스타트업 준비 초기 단계부터 시작하게 된다”면서 “사업화에 실패해도 원래 근무하던 현업으로 돌아가 본래의 업무를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압박감 없이 혁신적인 아이디어 개발이 가능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 팩토리에서 C랩 과제원들이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사업 아이템의 콘셉트를 개발하고, 이를 프로토타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도 충분히 이뤄진다. 연구소 내 마련된 ‘C랩 팩토리’가 대표적이다. 이 곳에서는 과제 개발 시 필요한 각종 장비 등이 지원, 개발자들이 필요한 부분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프로토타입 제작 시 활용되는 3D 프린터도 별도의 결제없이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팩토리에서 만난 한 임직원은 “각종 장비는 누구나 원할 때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과제 별로 스케쥴을 조정하는 것 외에 별도의 허락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C랩 곳곳에는 딱딱한 회의실이 아닌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2층 높이의 창으로 관악산의 전경이 펼쳐져 있는 ‘C랩 라운지’는 교외 카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C랩은 자율적, 창의적인 문화를 사내 전반에 확산, 실제 삼성전자의 사업화와도 직결되는 과제들까지 발굴하며 삼성전자의 대표 혁신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6년간 228개 과제에 917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했고, 스핀오프된 34개 스타트업은 외부에서 170여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저시력 장애인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눈이 되어주는 소형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와 같이 착한 기술로 사회에 공헌한 과제가 출발하고, 발전한 곳도 바로 이 ‘C랩’이다.

삼성전자는 이 ‘C랩’을 외부로 확대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사내 임직원들의 스타트업 과제에 대해 200개 프로젝트, 사외 스타트업에 대해선 300개 프로젝트를 사업화하는 데 지원키로 했다. 삼성전자가 향후 5년간 지원할 사외 스타트업 300곳 중 200곳은 대구ㆍ경북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육성될 예정이다.

C랩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강화에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지원할 사외 스타트업 신규 프로젝트 15건도 새로 뽑아 발표했다. 331개의 스타트업 중 인공지능(AI)ㆍ헬스ㆍ가상현실(VR)ㆍ핀테크ㆍ로봇ㆍ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됐고, 대학생 창업팀도 2곳 포함됐다.

이번 C랩의 사외 스타트업으로 선정, 인공지능 기반 유아 발달 진단 솔루션을 만드는 두브레인의 최예진 대표는 “삼성전자의 AIㆍ데이터팀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국내 발달 지원 아이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서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C랩의 경험과 노하우로 우리 국가가 당면한 청년 실업, 창업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외부로 (프로그램을) 오픈하자고 제안했다”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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