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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귀농·귀촌 50만 시대와 ‘부동산 덫’
귀농ㆍ귀촌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예비 귀농ㆍ귀촌인들은 시골 땅부터 사고 이어 집을 짓거나, 아니면 기존 집(과 텃밭)을 매입한다. 내 땅과 내 집에 대한 꿈을 서둘러 실현하고자 한다.

땅 투자 격언에 ‘서두르면 당한다’고 했다. 서두르다 보니 상당수는 시골 땅 매입에서부터 바가지를 쓴다. 소위 ‘봉’이 되는 것. 몇 년 전 경상북도로 귀농한 L씨(50)는 당시 중개업자를 통해 농지 4959㎡(1500평)을 1억 원에 샀다. 그는 “당시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판단해 서둘러 계약했다. 하지만 실제 살면서 파악해보니 되레 2000만~3000만원 바가지를 썼더라”고 푸념했다. 대개는 L씨처럼 나중에야 자신이 ‘호갱’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바가지를 씌우는 그들 중에는 먼저 시골로 내려간 지인이나 친구도 더러 있다. C씨(63)는 오래전에 강원도로 먼저 귀농한 친구의 땅 1653㎡(500평)을 매입했다. 그는 “친구를 전적으로 믿었는데 몇 년 뒤 직접 현지에 들어가 살아보니 당시 적정 시세보다 훨씬 비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구가 등쳤다는 사실에 마음의 상처가 컸다”고 씁쓸해했다.

농촌에서 마을리더이자 준공무원 역할을 하는 이장이나, 각 지자체에서 위촉한 귀농ㆍ귀촌 멘토 가운데 일부의 ‘탈선’도 빼놓을 수 없다. 예비 또는 초보 귀농ㆍ귀촌인들이 가장 절실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바로 땅과 집 마련, 그리고 작목선택이다. 이런 절박함을 이용해 일부 나쁜 이장이나 멘토는 자신의 땅을 비싸게 넘기거나, 쓸모없는 땅을 마치 선심 쓰듯 팔아치운다. 이 과정에서 한물간 작목을 끼워 넣거나 모종ㆍ묘목장사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건축과정까지 개입해 잇속을 챙기기도 한다.

강원도에서 활동하는 한 중개업자는 “오래 전부터 시골 중개업자들 사이에서 마을 이장은 아예 ‘회장님’으로 통한다.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땅 거래까지 끼어들어 자기 몫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일부 귀농ㆍ귀촌 멘토들의 ‘부동산 외도’ 또한 선을 넘고 있다. 일례를 들자면, 귀농인 공동농장이나 공동체마을을 조성한다며 예비 귀농ㆍ귀촌인들을 끌어들인 다음 땅 매매와 집 건축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너무나 잘 대해주었기에 모든 것을 믿고 맡겼어요. 더구나 지자체에서 위촉한 멘토라고 하니 더더욱 신뢰했지요. 그러나 나중에 드러난 실체는 귀농ㆍ귀촌인을 등치는 나쁜 부동산 개발업자에 불과했습니다”

올 하반기 강원도로 막 이사한 K씨(46)의 자조 섞인 한탄이다. 귀농ㆍ귀촌 50만 시대라는 요즘, 농촌에서는 부동산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일부 부동산 개발업자나 (영농)기획부동산의 경우 아예 귀농ㆍ귀촌교육생으로 가장해 잠입 호객행위를 시도하기도 한다.

인생 2막 귀농ㆍ귀촌 과정의 곳곳에 숨어 있는 ‘부동산 덫’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남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통해 스스로 서야 한다. 좋은 이장과 나쁜 이장, 좋은 멘토와 나쁜 멘토를 분별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당국과 지자체에서는 이장이나 멘토의 자격 및 사후 관리 강화, 기획부동산 차단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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