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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산업혁명 핵심’ 바이오…석사 말고는 갈 곳이 없다
국내 바이오산업 인력·임금 분석
업계 “박사급은 고연봉 부담” 기피
즉시 실무투입 힘든 학사도 외면
매년 계약직 늘고 정규직은 감소
임금 양극화·대기업 쏠림도 심각


#1.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지난 2월 졸업한 이모(26) 씨는 요즘 고민이 깊다. 전공 특성상 바이오 회사에 취직이 잘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올 한해 구직 활동으로 얻은 건 절망이었다. 회사들이 이 씨처럼 학사 졸업생보다는 최소 석사급 이상의 인력을 원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같은 전공의 대학원을 가야하는지 고민이지만 최소 2년 이상 경제적인 활동없이 부모님께 의지할 생각을 하니 죄송한 마음이다.

#2. 미생물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딴 김모(36) 씨는 요즘 취업 스트레스가 크다. 박사만 되면 기업은 골라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김 씨가 관심있어 하는 기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연봉이 너무 적었다. 박사까지 하느라 들인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이 정도 연봉에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허락이 되지 않는다. 반면 어떤 기업은 오히려 박사급은 연봉 맞춰주기 힘들다고 손사래를 쳤다. 김 씨는 박사까지 한 것이 오히려 핸디캡이 될 줄은 생각을 못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성장 기류를 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적합한 산업으로 지목되며 정부와 대기업 등이 앞다퉈 바이오에 뛰어들고 있다. 산업 규모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산업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사람도 몰리고 있다. 바이오 산업 발전의 핵심은 우수한 인력이다. 바이오 산업은 특성상 아무나 할 수 없다. 전문적인 교육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만이 연구를 하고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어느 산업보다 사람이 중요한 이유다.

성장세를 탄 바이오 산업이지만 인력들의 임금 격차와 정규직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의 성장을 지탱하는 우수 인력의 이탈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오 업계, 곧바로 실무 투입 가능한 석사급 선호=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최근 2017년도 국내 바이오분야 과학기술 인력의 구인구직 현황을 분석한 ‘BioJob’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BioJob 사이트에 등록된 정보를 토대로 분석을 실시했다.

지난해 사이트에 등록된 구인 데이터는 1만여건, 구직 데이터는 370여건으로 나타났다. 기관별 모집 구인 등록 건수를 보면 의과대/병원이 4500여건(41.5%)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대학 2000건(18.5%), 대/중소기업 1800건(16.5%), 정부기관/출연연 1200건(11%), 바이오벤처 1190건(10.9%)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학력별 모집 구인 등록 건수는 석사급이 4600건(42%)으로 가장 많았고 학사급이 3850건(35%), 박사급이 2470건(22.6%) 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을 많이 뽑을 수 없다보니 기초적인 지식정보만을 습득한 학사보다는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석사급 인원이 선호되고 있다”며 “반면 박사급 인력은 아주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연봉이 높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학력별/고용별 연봉 격차 갈수록 심화=한편 학력별 평균 연봉은 매년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지난 해 학력별 평균연봉은 학사급 2711만원, 석사급 3000만원, 박사급 4150만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각각 2676만원, 2923만원, 3957만원이었다. 모든 학력에서 매년 연봉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각 학력별에서도 학교의 네임 밸류, 전공 분야에 따라 연봉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고 했다.

한편 정규직과 계약직의 연봉 차이도 많았다. 학사급의 경우 정규직 연봉이 3385만원인데 반해 계약직은 2244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석사급 역시 3857만원 대 2660만원, 박사급도 5209만원 대 3977만원으로 고용 형태에 따라 같은 업무를 수행해도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이런 정규직과 계약직의 연봉 차이 역시 해가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매년 정규직이 감소하고 계약직 모집이 늘어나면서 이런 임금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별 정규직/계약직 등록 현황을 보면 정부기관/출연연, 대학, 의과대/병원 등은 90% 이상이 계약직으로 나타났다. 신규 인력 대부분을 계약직으로 뽑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대/중소기업이나 바이오벤처는 신규 인력 채용 중 정규직 비율이 90%를 넘겼다. 10명을 뽑으면 그 중 9명 이상은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이 불안정하면 업무에 집중할 수 없고 나중에 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한 사람을 뽑더라도 정규직으로 뽑는 곳이 많다”며 “반면 정규직 증원이 쉽지 않은 정부기관, 병원 등은 프로젝트별 계약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약직과 정규직의 연봉 차이는 비단 바이오 업계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바이오 기업들의 임금 격차는 사실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일반 대기업의 경우 3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했다.

▶인력 이탈ㆍ쏠림 현상 해결 못하면 산업 정체될 수도=문제는 이런 우수한 인력들이 업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해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 산업은 산업 특성상 인력들의 기여도가 매우 높다. 연구개발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핵심 브레인 역할은 모두 사람이 하게 된다. 참여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경력, 업무 내용)에 따라 같은 학력 출신이어도 연봉은 몇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학력별/고용별 임금 격차가 커지다보면 내부 인력끼리 불화가 생길 수 있고 이는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임금보다 업계의 대기업/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수한 인력이 중소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대기업 또는 대학병원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연봉, 복지 혜택, 네임 밸류 등으로 큰 기업이나 병원으로 이동하는 고급 인력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도 문제”라며 “업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중소기업/벤처 등도 함께 성장하는 고른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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