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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임산부의 날②]“짧은 버스 하차시간 두려워”…안심벨 도입 안되나요?
[사진제공=세종시청]

-“임산부 내려요” 알려주는 벨소리…하차시간 늘려줘
-삼성화재가 첫 선…세종시 등 지자체서도 자체 도입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 임신 7개월차 박모(33) 씨는 세달 전 버스에서 겪은 일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시내버스에 올라타 교통카드를 찍고 움직이려는 순간 버스가 급 출발해버린 것. 손잡이도 잡지 못했던 박 씨는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뒤로 자빠졌다. 이날 폭우로 인해 바닥은 훨씬 미끄러웠다. 박 씨는 엉덩이는 물론 팔꿈치와 어깨까지 부상을 입었다. 박 씨는 미끄러지는 순간 자신의 몸보다 뱃속의 아이가 걱정됐다.

박 씨는 “정신차리자마자 울면서 산부인과부터 가서 아이 상태를 확인했다”며 “다행히 아이는 괜찮았지만 당시 버스가 기사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그 이후 버스는 절대 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 올해 초 첫 아이를 낳은 전모(38) 씨는 임신 당시 버스 이용을 최대한 피했다. 몸이 무거워지고 움직임이 느려진 탓에 버스 하차를 준비하려면 한 정거장에 앞서 미리 뒷문에 서서 대기해야 했기 때문. 그러나 버스가 급정거할 때마다 흔들림이 많아 부담이 적지 않았다.

전 씨는 “임신 기간 내내 택시를 탈 수 없어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했는데 버스가 급정거할 때면 몸이 힘들었다”며 “하차 준비를 할 땐 행여나 넘어질까 봐 긴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차할 땐 무거운 배를 안고 천천히 내리다 보니 승객들에게도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은 가운데 임산부가 버스 등 대중교통을 더욱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위의 배려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임산부의 대중교통 이용과 관련해 수십 건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임산부가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일각에선 임산부의 안전한 버스 이용을 위해 ‘안심버스벨’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심 버스벨이란 버스 하차시 임산부 등 교통약자가 하차한다는 것을 알리는 벨로 이를 들은 기사가 임산부 등 교통약자가 안전하게 하차할 때까지 기다려주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삼성화재가 지난 2016년 9월 가장 먼저 선보였다. 삼성화재는 3개월 간 서울 우이동과 흑석동을 오가는 151번 버스 22대에 ‘임산부 안심 버스벨’을 설치했다. 임산부가 임산부 전용석에 설치된 안심벨을 누르면 기사가 하차 시간을 더 제공하는 것이다. 승객 하차가 완료되면 “예비 엄마가 안전하게 내릴 때까지 기다려줘서 감사하다”는 안내방송도 나왔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녀보험 고객인 임산부들이 버스 하차시 위협을 느낀다는 의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임산부가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시도됐다”고 밝혔다.

임산부의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도 안심벨을 자체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해 5월 세종과 대전 반석역을 오가는 1000번과 1004번 버스 총 63대에 교통약자 전용석 6석에 안심벨을 설치했다. 교통약자석에는 ’정차시 까지 미리 일어나지 마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하차 후에는 ‘안전하게 내릴 때까지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방송이 나온다.

세종교통공사 관계자는 “세종시에 아이를 키우는 여성과 노인이 많이 살아 이들이 버스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키가 작은 탓에 버스 벨을 누르기 어려운 어린 아이들도 안심벨을 애용하는 등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안심벨이 호응을 얻으면서 세종시는 조만간 새로 구입할 버스 40여대에도 안심벨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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