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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 “매달리고 뛰고 기어오르고… 춤은 놀이처럼 일상에 내재된 것”
MOMA의 ‘저드슨 댄스 시어터’전에서 공연된 시몬 포티의 ‘허들’
포스트모던댄스를 생각 했을 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많은 무용가들이 있다. 그 중 단연 빼 놓을 수 없는 거장이라고 한다면, 작은 실험을 계기로 미국 포스트모던댄스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시몬 포티와 저드슨댄스시어터이다. 지난 달 14일부터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는 ‘Judson Dance Theatre: The Work Is Never Done’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시몬포티와 저드슨댄스시어터의 주요 멤버들을 중심으로 당시 그들의 춤 작업을 재조명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퍼블리시스트 올리비아 오라마스와 큐레이터 아나 자네스키, 토마스 제이렉스의 배려로 전시 참여와 함께 살아있는 거장 시몬 포티와 저드슨댄스시어터를 만났다.

그들은 현재 70대 후반에서 80대 중반이 되었다. 인간의 생명이 여러 가지 이유로 길어지고, 80이 넘은 예술가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감동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이념대립과 허무 그리고 도피 그 안에서 그들이 예술적으로 성취하고자 했던 것, 당시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들과 흔적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들은 당시 뉴욕에서 활동하던 존 케이지, 로버트 윌슨, 백남준,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타 장르 예술가들과 협업하면서 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그렇게 그들의 실험적 춤 작업들은 이후의 무용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현대무용이나 다원화된 무용장르에서 발견되는 특성 중 많은 요소들은 그들의 작업에서 변화ㆍ발전된 산물이다. 이것이 미국 포스트모던무용에서 시몬포티와 저드슨댄스시어터가 중요한 이유기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공연 작품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면, 현대무용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깰 수 있다.

전시관의 한 공간으로 여러 무용수들이 들어오더니 시몬 포티의 작품 중 해프닝으로 분류되는 ‘시소(See Saw)’, ‘행거스(Hangers)’, ‘기울어진 판(Slant Board)’, ‘플랫폼(Platform)’을 선보였다. 그들의 등장으로 전시장은 하나의 작은 무대가 되었다. 무용수들은 놀이터나 아이들의 흔한 놀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전시된 장치에 매달리고, 균형을 잡고, 전시물을 소품으로 사용하거나 큰 소리로 노래를 한다. 많은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떤 가공된 형태가 아니다. 즉 훈련된 무용수의 수려한 움직임이나 테크니컬한 기교를 요구하는 특별한 동작이 아닌 단지 어떤 평범한 행위들이다. 공연에서는 장치의 조건에 맞추도록 하는 평범한 동작들이 요구됐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시몬 포티의 또 다른 공연 ‘허들(Huddle)’에서는 여러 무용수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신체를 얼개지어 단단한 작은 산과 같은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를 기어올랐다. 무용수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큰 결합체에서 한 명의 무용수가 빠져나와 그 위를 기어오르는데, 특별한 순서에 의해 수행하기 보다는 즉흥적으로 보였다.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 이 공연은 무용수들의 신체가 모여 만들어낸 사물이면서 살아있는 조각 작품인 샘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작은 놀이이지만 결코 작은 작품이 아니다. 그 진지한 놀이 속에서 밸런스, 에너지, 지구력, 집중력, 중력을 이용한 신체 운용, 다양한 운동량, 신체연결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 놀이를 통해 우리가 무용을 전문적으로 배울 때 익힐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보여진다.

시몬포티는 일상 세계를 탐구하며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무용을 찾았다. 평범한 동작을 분석하고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이러한 퍼포먼스는 춤에 대한 그녀의 예술세계이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녀는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춤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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