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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전후 우리를 슬프게 한, 반(反) 양성평등의 모습들
박은혜 사과, 명절후 이혼, 가정 불평등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올해 추석 연휴 직전 ‘연생이’ 박은혜의 이혼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의 뜻을 전했지만, 일부 네티즌은 박은혜에 비판적인 지적 글을 남겼다.

팩트 없는 부정적 추론과 편견이고, 이혼한 여자에 대한 마구잡이식 비판이었다. 가뜩이나 힘든데, 엎친데 덮친 격의 비난을 받게 되자 박은혜가 한 매체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박은혜가 왜 사과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검은 머리, 파뿌리’ 등을 담은 혼인 서약하고도 이혼한 남자와 여자들, 한해 평균 24만명은 개인적인 사유인데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나?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인 이혼 자체를 가지고 박은혜를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짓이다.

추석 연휴 중 여성은 집안 일에 분주하고 남성 대부분은 그 사이 TV를 보거나 친구 만나 놀러나가는 풍경은 2018년 한가위에도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뜻있는 부부들이 남편쪽 부모 집에도 가고 친정에도 가기로 약속하거나, ‘처가 먼저’ ‘남편가 먼저’를 동선의 상황에 맞춰 협의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부인이 외동이고 남편에겐 동기가 여럿 있을 경우엔, 추석 차례를 처가에서 지낸뒤 본가로 이동하는 경우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석 차례상을 물리자, 가장 최근의 명절 직후 이혼 통계가 논란이 됐다.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2016년 접수된 이혼신청은 하루평균 298건인데, 양대 명절 직후 열흘 간은 하루 평균 577건으로 치솟았고, 특히 그해 추석연휴 직후인 9월19일 이혼신청 건수는 무려 1076건에 달했다고 한다.

명절 여성 혹사와 비인간적인 대우는 ‘미운정 고운정으로 참고 살자’며 눌렀던 그간의 가정내 여성 불평등과 비민주적 가정 난맥상을 한꺼번에 끄집어내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명절이 아니라도 상당수 여성들이 참고 살아온 일상생활 속 구석구석 불평등의 모습도 적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가정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상당수 가정 내 불평등이 엄존하고, 이를 바라보는 불평등한 시선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고 있음 부인할 수 없다. 강물처럼 흘러야 하는 것은 양성평등에 기반한 평화인데….

추석연휴가 끝날 무렵, 유명 포털의 하소연하는 코너에선 ‘남편은 일주일에 두세번 술약속과 회식을 하며 보통 새벽 2,3시에 들어오는데 맞벌이 아내가 회사 창립일에 공식 회식으로 밤 11시30분에 딱 한번 귀가했다고 남편이 화를 냈다’는 스토리가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또 서너살된 딸을 키우는데 둘째 딸을 임신한 부인에게 남편이 짜증을 냈다는 이야기에 “성별은 남자가 정하는데, 중학교도 안 나왔냐”는 등의 원색적 비난이 쏟아지는 풍경이 빚어졌다.

가정내 할머니-어머니-딸의 상대적 불평등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중요한 개혁이슈로 떠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여성권익을 보호하는 거센 움직임이 성희롱 등에만 쏠리지 말고, ‘미투’, 가정 민주화, 임금 차별 개선, 불평등 어휘의 청산 등에 골고루 안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사소한 것이라도 들춰내 지적함으로써 그간 부당한 관행을 당연시했던 어르신들과 남성들의 행동양식을 바꾸고 이를 양성평등의 규범으로 발전시킬 때이다. 양성평등을 향한 행동 양식은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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