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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삼성전자에 기댄 코스피 상장사 실적, 미끄럼틀 탔다
- 코스피 영업익추정치 224조→210조
- 삼성전자 영업익 의존도 30% 넘어
- 실적 기대감 하락으로 지수 상승 여력 약화
- 배당 수익률도 하위권 맴돌아


[헤럴드경제=원호연ㆍ최준선 기자]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상장기업의 실적 추정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의 이익 체력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증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연초 이후 실적 전망치 하락세=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올해 상장기업들이 매출 2103조6000억원, 영업이익 224조63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그러나 전망치는 연초에 접어들자 마자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리 기업의 최대 시장이자 생산기지인 중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했기 때문. 이어 무역전쟁의 전장이 유럽연합과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으로 확대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 전망치는 매출액에 비해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전망치는 2월 들어 220조원 선을 하회하더니 이후 꾸준히 하락해 210조원 초반대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조치와 이란 위기 재발로 유가가 배럴 당 70달러대까지 치솟았고 달러화 강세로 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대에서 1130원대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수출 기업의 원가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 수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며 늘어온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기대감이 줄어드는 모습은 연초 대비 코스피 지수가 하락 마감했던 2013~2014년과 유사하다. 무역전쟁이 조기에 수습돼 반도체를 제외한 다수의 업종의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의존도가 부메랑으로
=반도체 업종, 특히 삼성전자에 편중된 산업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삼성전자가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중 차지하는 비중은 약 29~29.5%를 유지했지만 2분기 들어 급격히 상승하더니 30%를 돌파했다.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는 빠르게 하락했다. 반도체 초호황을 누린 삼성전자의 실적은 여전히 탄탄했지만 다른 기업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업종만 따로 떼놓더라도 전망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이후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 CLSA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일제히 반도체 경기 고점론에 힘을 싣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양대 축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시장 수요 감소와 재고 압박의 영향으로 고점을 지나고 있거나 이미 지났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실제 SK증권에 따르면 수출물가를 수입물가로 나눈 ‘순상품 교역조건’ 지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가(수입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한편 반도체 가격(수출물가)는 상승세가 둔화한 탓이다.

특히 지난달 20일에는 미국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이 시장에 충격을 안기면서 반도체 고점론에 부채질 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0일 콘퍼런스콜에서 올 9월~11월(미국 회계기준 2019년 1분기, 마이크론은 8월말 결산법인임) 매출을 79억~83억달러, 주당순이익을 2.95달러로 전망했는데, 이는 기존 시장 전망치(매출 84억5000만달러, 주당순이익 3.07달러)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발표 당일 시간외 거래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7% 급락했다.

▶배당 매력도 최하위권
=배당 측면에서 한국 증시의 매력도는 어떨까. 톰슨로이터IBES가 추산한 한국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은 2.23%로 집계됐는데, 이는 MSCI 지수에 편입된 24개국 증시 가운데 20위에 해당한다. 배당수익률이란 1년 동안의 총 배당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배당은 기업의 주주환원책 중 하나인만큼 쉽게 늘리거나 줄이기 힘든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변동장세에서도 자금 이탈을 최소화하는 일정 수준의 안전마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러시아(6.64%), 터키(5.05%), 호주(4.72%), 스페인(4.55%) 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수익률이라는 투자 지표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증시의 낮은 배당수익률은 다른 증시보다 저평가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코스피의 배당수익률이 높아지긴 했으나, 이는 분모값인 시가총액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국내 상장사 중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성숙단계에 접어든 기업이 많은데, 배당을 늘리지 않을 명분이 없다.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2.5~3%정도까지 올라갈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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