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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시성’ 조인성의 양만춘, 부드러운 카리스마형 리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백마 탄 왕자, 재벌가 아들 역할만 계속할 순 없잖아요. 이번엔 A재벌 아들, 다음에는 B재벌 아들을 하다 보면 자기복제에 대한 고민이 생겨요. 멜로를 계속 하다 보니까 똑같는 모습이 보여질 때가 있어 저도 불편했어요. 뭔가 다르게 보일 수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장르물로 갈아타버리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많이 잊혀질 때쯤 다시 멜로로 돌아오면 되잖아요.”

배우 조인성(37)이 19일 개봉한 영화 ‘안시성’의 주연 양만춘을 연기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김명민, 최민식 선배 같은 분이 이순신 장군을 너무 훌륭하게 그렸잖아요.그 정도 나이가 되야 이런 장수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섭외 제의를 하신 감독님께 거절했는데 감독님이 그때 양만춘 장군의 나이가 지금 조인성 씨 나이라고 하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양만춘에 대한 사료는 빈약하다. 정사(正史)적 인물이 아닌 야사(野史)적 인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에 양만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료가 부족한 건 약점이자 장점이에요. 기댈 언덕이 없지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감독님과 상의해 나름의 해석이 가능해요. 제가 연기한 양만춘 성주는 호전적이라기 보다는 성민(城民)들과의 관계를 중시해요. 카리스마는 신이 준 능력이잖아요. 이게 싸움이나 힘일까? 혜안이고 지혜이고 공감일까? 후자가 더 중요해요. 실제 우리들의 관계를 가지고 들어온 것이죠.”

그래서인지 양만춘은 부드럽고 스타일리쉬하기까지 하다. 조인성이 만들어낸 양만춘이 그럴듯하다. 기존 사극에서 보여준 위계적인 장수형이라기 보다는 부하들과도 수평적인 관계를 구축한다. 그것이 천하를 손에 넣으려는 20만 대군 당 태종에 맞서 5천여명의 군사로 싸우는 안시성 성주의 전략이다.

“제가 성안에서 딱 중간 나이에요. (배)성우, (성)동일,(엄)태구 형도 있고 (남)주혁, 설현 같은 동생도 있어요. 저는 어느 순간 결정을 해야하는 데, 형들이 제 결정에 따라주잖아요. 서로 인정해주니 한 팀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안시성’은 순제작비만 180억원이 투입된 액션 블록버스터다. 4차례의 전투신은 스펙터클하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화려하고 보다 실감 나는 스케일의 화면을 구현해냈다.

“경기도 구리 고구려 마을에서 15회차 찍고 보수공사 때문에 나왔다 다시 들어가 찍었어요. 그러다 강원도 고성의 토성신을 찍었어요. 99회차에 달하는 촬영 기간 동안 쉽지 않았어요. 작품이 너무 힘들면 놔버리게 되요. 남극보다 춥고 적도보다 더운 상황인데요, 그 직전 상황까지 왔지만 팀워크가 워낙 좋아 동지애도 생기고 분위기도 좋았어요.”

조인성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듯 했음에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고성 촬영장의 짬뽕이 너무 맛있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

“영화를 자세히 본 분들은 알겠지만, 양만춘 장군은 전투가 끝날때 마다 한번도 웃어본 적이 없어요. 첫번째 전투가 끝나고 시체 더미에서 슬퍼하는 아내와 아이들, 전쟁에서 이겼지만 즐거운 일은 아니잖아요.”

조인성은 20㎏에 달하는 갑옷을 입은 채 얼굴 피부를 거칠게 만들고, 수염을 달고, 머리를 틀어올린 채 액션 연기를 펼쳤다. 촬영시간만 7개월. 이것만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오전 6시 촬영이면 저는 4시에 가야해요. 분장하는 데 2시간이 걸려요. 수염이 없는 (남)주혁은 6시에 오면 됐어요.”

조인성은 인터뷰 시간을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면서 ‘영양가’ 있는 내용을 말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이건 상대(기자)에 대한 최선의 배려가 아닌가.

1999년 데뷔해 19년을 연기자로 살아온 조인성에게 양만춘과 조인성의 비슷한 점을 물었다. “가벼울 때 가볍고 일할 때 집중하고, 상황이 왔을때 정확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합니다. 전쟁할때는 장난이 아니죠. 생존이 걸린 문제니까요.”

조인성은 “20년이 지나면 연기가 그냥 나올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매번 ‘이것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상황은 똑같아요. 연기를 우습게 볼 수 없는 거죠”라면서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항상 똑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시성’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40배의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전쟁에서 이겼는지를 볼 수 있는 영화에요. 시원하고 통쾌하죠”라고 답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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