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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재용 “北 ‘과학중심’, 삼성 ‘기술중심’ 한민족이구나 느껴”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ㆍ웃음 속 진행
-현정은 회장 차례되자 北 인사들 고개 끄덕끄덕

[헤럴드경제=평양 공동취재단ㆍ신대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일원으로 방북한 우리 측 경제인들은 18일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평양시 중구역에 자리한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이날 면담은 남북관계의 우호적 기류를 반영하듯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리 부총리를 비롯한 북한 측 인사들은 인민문화궁전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다 남측 경제인들을 맞이했다.

리 부총리는 면담이 시작되자 “남측의 경제에 명망 있는 여러분의 평양 방문을 환영한다”며 “오늘 이렇게 처음 뵙지만 다 같은 경제인이고, 통일을 위한, 또 평화번영을 위한 지점이 같아 마치 구면인 것 같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에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공항에 도착해 제일 인상 깊게 느꼈던 것은 ‘자주통일’이라는 구호뿐 아니라 ‘평화번영’이라는 구호가 많이 있었다”며 “과거와 다르게 남북이 같이 평화와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따듯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호응했다.

이어 김 보좌관이 “시간이 되면 한분, 한분씩 자기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하자 리 부총리가 “좌우지간 시간은 많지 않지만 간단하게 소개해 주십시오”라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면담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시작으로 남측 경제인들이 돌아가며 인사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박 회장은 “서울에서 여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 지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데 심리적으로 거리가 상당했다”며 “2007년 기업인들이 평양을 방문한 이후 11년 만에 다시 왔다”고 말했다.

또 “그 사이 남북관계도 여러 가지 변화가 많고 할 일도 많다”며 “오늘은 공동번영을 위한 자리도 좋고, 인식의 거리를 좁히는 자리도 좋고, 그런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양은 처음 와봤는데,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우연히 보니까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써져 있었다. 삼성의 기본 경영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면서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글로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한글로 된 것을 처음 경험했는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한 측 인사들도 이 부회장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리 부총리는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라면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고, 이 부회장은 웃으면서 “알겠다”고 화답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7년에 왔었는데 11년 만에 오니까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며 “저희는 에너지와 통신, 반도체 분야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짤막한 인사를 건넸다.

이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여러 가지 노사관계 등을 맡고 있다. CJ그룹 회장이기도 하다”면서 “CJ는 식품, 물류사업 등을 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 교류가 많아지고 같이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차례가 되자 남북 모두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김 보좌관이 “다음은 말 안 해도 잘 아시겠지만, 현정은 회장이다”고 소개하자 북한 측 인사들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현 회장이 “반갑다.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 빨리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리 부총리는 “현정은 회장 일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챙기기도 했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철도 분야도 관심을 모았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저도 처음 오는데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왔다. 철도공사 사장이 기차를 타고 와야 하는데…”라고 말하자 면담장에서 웃음이 터졌다.

오 사장은 이어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평화가 정착돼 철도도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4ㆍ27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추진함으로써 철도가 한반도평화와 번영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리 부총리는 “현재 우리 북남관계 중에서 철도협력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1년에 몇 번씩 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다시 한번 웃음이 쏟아졌다.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제가 명색이 관광공사 사장인데 평양에 처음 와봤다”며 “남북교류가 남한관광, 북한관광 따로 할 게 아니라 한반도 관광으로 민족 공동번영을 위한 관광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저희 현대차는 완성차 기업 2개와 물류, 건설 분야 등 50여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면서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남북관계가 빨리 발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 북한 측에서는 리 부총리를 비롯해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조철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용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 등이 참석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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