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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ㆍ북 퍼스트레이디, 공통 배경 ‘음악’으로 ‘지음’(知音)될까?

-’성악 전공‘ 김 여사ㆍ’독창가수‘ 출신 리 여사…북 유수 음악종합대학 방문
-김 위원장이 설립한 北 최대 어린이 종합병원 방문…‘부드러운 외교’ 나선다

[헤럴드경제=평양공동취재단ㆍ이민경 기자] 남북 정상이 오늘 오후 3시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을 때, 양국 퍼스트레이디들은 한발 앞서 공식 일정을 수행했다. 두 여사가 단둘이서만 공식일정을 소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제는 음악과 어린이로 민감하지 않은 부드러운 소재를 택했다.

김정숙 여사는 오후 2시40분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대동강 기슭 문수구역에 있는 북한 최대의 어린이 종합병원 ‘옥류 아동병원’을 찾았다. 이어 오후 3시 같은 문수지구에 있는 김원균 명칭 음악종합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음악적 친교를 쌓았다. 이때 김영섭 작곡가, 가수 김형섭, 에일리, 지코가 함께 동행했다.

회담 첫날 양국 퍼스트레이디의 참관 장소가 이 두 곳으로 정해진 것은 북측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통상적으로 주최국에서 일정을 제안한다. 어떤 경우에는 초청을 받는 쪽에서 요청을 하지만, 이번에는 북측에서 이러한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의사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는 첫 번째로 옥류 아동병원을 찾아 나란히 걸어가면서 병원 내부를 둘러봤다. 먼저 외래 환자 대기실을 찾아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을 만나 “아프지 마라”,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건넸다. 2층 회복치료실(신경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한 학습 공간)과 소학교 학습실(장기간 병원 생활로 수업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놀이를 통한 학습은 물론 심리교육 등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방문했다. 갑자기 방문한 인파에 환아들이 놀란 기색을 보이자 김 여사는 “애들이 놀랐나 봐요”라고 말했다.

옥류 아동병원은 2013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개원한 북한 최대의 어린이 종합병원이다. 6층 규모 건물에 200여 명의 의사가 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3월 이 병원을 현지 시찰할 정도로 이 병원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입구 현판에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현지 지도하신 옥류아동병원 주체 102(2013)년 7월16일~주체 103(2014)년 3월21일(3차)’라고 적혀 있다.

이후 두 여사는 평양음악종합대학으로 이동해 최태영 총장의 수행을 받았다. 음악당 건물로 이동하면서 김정숙 여사가 “등록금은 얼마에요?”라고 질문하자 최태영 총장은 “등록금이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평양음악종합대학의 현재 공식 교명은 김원균 명칭 음악종합대학이다. 이곳은 대형 극장ㆍ병원ㆍ대학은 물론 외국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평양 중심지 문수 구역에 있는 북한 최고의 음악예술인 양성 기관이다. 이 대학 학장을 지낸 김원균(~2002)은 북한 ‘애국가’와 ‘김일성 장군의 노래’ 등의 작곡가다.

두 여사가 오후 3시44분께 음악당에 도착하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기립 박수를 쳤다.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는 중간에 나란히 앉아서 아리랑 등 총 3곡의 공연을 관람했다. 오후 4시3분에 공연은 종료되고 불이 켜졌지만 합창단이 노래 ‘우리는 하나’를 추가로 불렀다. 김 여사와 리 여사가 중간마다 따라 부르고 서로에게 귓속말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공연이 끝나고 건물 밖으로 나온 김정숙 여사가 리설주 여사에게 “또 만납시다”라고 말하면서 두 여사는 오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자리에 동행한 김형석(음악인)씨는 음악당 공연을 보고 나와서 “아리랑 편곡한 음악이 참 좋았습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 가야금의 조화가 몰입감을 주기도 하고 웅장함에 압도되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년 3.1절이 100주년을 맞이하는데 그때 통일을 주제로 남과 북의 음악인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늘 퍼스트레이디들이 수행한 일정들을 두고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 여사와 가수 출신 리 여사의 관심사를 두루 반영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 여사는 숙명여고와 경희대에서 성악을 공부했고 문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 때는 성악으로 선거운동을 하는가 하면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에도 합창단을 꾸려 음악 활동에 관심을 쏟고 있다. 리 여사도 인민보안성 산하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을 거쳐 은하수관현악단 독창가수로 활동했다. 김 위원장과 결혼한 뒤에는 모란봉악단 결성을 주도하고 삼지연 관현악단을 만드는 데 조력했다고 알려졌다.

think@heraldcorp.com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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