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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의 천국’ 몰디브 무푸쉬섬, 에메랄드빛 언약
무푸쉬의 아침을 여는 요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몰디브의 무푸쉬(Moofushi)섬은 ‘이번 생의 파라다이스(Paradise)’이다. 섬에 들어서면 속세를 잊고 맨발로 다니라는 뜻의 ‘No News, No Shoes‘라는 팻말이 먼저 여행자를 반긴다.

에메랄드빛 해변에서 초록의 야자수 숲으로 이어진, 천국의 진입로를 지나면, 이곳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맹세한 신혼부부, 중년부부, 노부부, 약혼자,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의 ‘언약 팻말’이 열대식물 사이사이에 꽂혀있다.

‘천국에서의 약혼’ (카타리나-매그너스의 언약, 1월8일), ‘살며, 웃고, 사랑하자’ (길로메-마르요르테 부부, 2월14일), ‘방향을 잃더라도 두렵지 않아. 우린 행복을 움켜쥐고 있으니’(양유한-주이지안 부부, 8월17일)….

심지어 직원 MT를 온 기술기업 TCM그룹은 “꿈을 크게, 지구촌으로 가즈아!”라고 적었다. 그들은 인도양의 중심에서 사랑과 희망을 외쳤다.

보드를 타는 신부의 액티비티
▶바다에 보석목걸이를 던져 놓은 그곳
= 연초록빛 바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과의 교감, 건강한 숲, 맨발로 다니는 청춘, 노부부의 석양 키스, 무푸시 섬마을을 장식한 아담한 초가 빌라, 맛있는 음식, 그곳에 종사하는 스태프들의 아름다운 마음씨, 열정의 붉은 해오름과 노을이 무푸쉬를 ‘현생의 천국’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지적이고 겸손하면서도 흥이 나면 즉석 춤도 마다하지 않는 ‘촌장’ 사샤(Sasha Tyas), 모리셔스 출신으로 호주 유학시절 한국인 절친 여럿을 둔 헨리(Henri Arnulphy), 러시아에서 살다 두바이에서 훈남 남편을 만나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이곳으로 행복한 도피를 감행한 마리나(Marina), 한국말 잘하는 이브(Eve)가 맨발로 뛰어나와 한국인 여행자들을 반긴다.

무푸쉬섬에 들어서면 속세를 잊고 맨발로 다니라는 뜻의 ‘No News, No Shoes‘라는 팻말이 먼저 여행자를 반긴다.
먼바다는 우리의 동해 같고, 가까운 바다는 지중해 보다 연한 팔색조 바다의 무푸쉬 섬에 적도 답지 않은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몇몇은 카약과 스노클링을 즐기며 천진무구한 웃음을 짓고, 어떤 부부는 바다가 보이는 숲 사이, 얕은 바다 위, 숙소 발코니 등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재잘거리거나 과일을 먹여주는 ‘천국의 풍경’을 연출한다.

손님이 섬에 오면 그곳 사람들은 마중오고 갈 땐 배웅한다.
▶몰디브의 ‘뿌리’ 무푸쉬, 동물도 천국 손님 안다
= ‘뿌리’라는 뜻을 가진 무푸쉬 섬은 동쪽 말레 공항에서 경비행기로 25분이면 닿는 서쪽에 있다. 세계 최고의 스노클링-다이빙 포인트로 알려진 사우스 아리(South Ari) 지역에 있다. 몰디브의 1192개섬(유인섬 220개 중 관광지는 90개 섬) 중 정글의 뿌리가 단단한 으뜸 섬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비행기에서 보면 무푸쉬섬은 바다에 보석 목걸이를 던져놓은 듯 하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몰디브는 바다위에 거대한 보석목걸이를 여러개 던져놓은 듯 하다. 평균 해발 2.4m. 무푸쉬를 비롯한 몰디브의 섬들은 오목하다. 점-선-면으로 진화하는 산호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초기 군락인 거(裾)초에서 시작해 ‘작은 성’을 뜻하는 보(堡)초로 발전하고 나아가 원 형태의 환(環)초를 완성한다.

 노부부가 해안가에서 셔틀콕 놀이를 하고 젊은 부부가 카약을 즐기거나 해변 와인의 낭만을 마시는 사이 이곳의 명물 새 마카나(makana)는 여유롭게 날다가 사람 가까이에 내린다. 이곳에서 동물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천국에 오는 사람들은 착하다는 확신이 선 듯 하다.
에메랄드빛 바다위로 부부가 뱃놀이를 하고 있다.

▶외로운 새가 읊는 2018년식 황조가= 마카나는 평생 한 명의 파트너만을 바라본다. 석양이 질 무렵, 젊은 시절부터 부인과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한 노신사가 붉은 노을 앞에서 갑자기 부인앞에서 야수로 돌변, 기습 키스를 감행한다. 부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그 시간 한 마리의 마카나가 짝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는 ‘펄펄 노시는 저 분들/ 남녀 서로 정답구나/ 외로워라 나 마카나/ 뉘와 함께 무푸쉬에’라고 2018년식 황조가를 읊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구려 유리왕은 암수 서로 정다운 새를 보고 황조가를 지었지만, 무푸쉬의 외로운 새는 천국을 만끽하는 부부 서로 정다워하는 모습을 부러워하며 2018년 신(新) 황조가를 부를지도 모르겠다.

스노클링 과정에서 만나는 거북은 사람을 만나면 유유자적 가던 길을 가거나 용감한 스노클러와 ‘허그’하며 놀기도 한다. 바닷속 풍경은 화려하다. 총천연색의 산호초 군락과 말미잘 등 강장동물, 노랑,갈색 열대어 등 수중절경에 취해 본능적으로 “와”라는 탄성을 지르다 가끔 소금물을 몇 모금 마시기도 한다. 노랑색인 타이탄 트리거피쉬는 바닷 속 ‘멍때리기 신공’의 대표주자이다. 아둔한 표정으로 여유자적 느리게 헤엄치며 스노클러에게 ‘아무 생각 없는 휴식’의 필요성, 즉 워라밸러의 길을 일러준다.

물에 발을 담근채 진행하는 무푸쉬 섬의 와인클래스
▶해양실크로드 한복판, 음식-와인의 천국
= 몰디브의 뿌리 같은 섬 무푸쉬의 매력= 110개의 초가 빌라로 리조트빌리지를 형성한 무푸쉬는 문을 열고 나무 테라스에서 풍경을 보다가 계단 10개만 내려가면 곧바로 바다물에 풍덩 빠질수 있는 구조이다. 빌라 주변의 깊이는 30~120㎝로 물놀이하기에 편하다.

아주 얕은 물에도 해먹이 매어져 있고, 평상을 바닷물 한가운데 깔아 식사도 할 수 있다. 메인뷔페인 만타, 백사장에 있는 알리제레스토랑에는 해양실크로드의 중간 지점 답게 호주산 굴, 몰디브 산 꼴뚜기, 카르패치오, 와규 소고기 등 동ㆍ서양의 식재료와 음식이 망라돼 있다. 특히 서양 소스를 바른 문어 숙회, 활어를 숙성시켜 드레싱을 한 회 등 퓨전음식은 일품이다. 잘 먹는 것도 천국의 한 풍경이라면 무푸쉬가 그렇다.

무푸쉬는 세계 내로라 하는 와인강국의 120종 수제와인이 손님 구미에 맞춰 대기하는 와인천국이기도 하다. 소믈리에 조셉은 바닷물에 발을 담근채 와인클래스를 연다. 레드와인 마시며 위스키 기분을 내려면 초콜렛을 먼저 먹고, 신것을 마신 뒤 신맛이 강한 와인을 마시면 달콤하다는 찰진 지식을 이웃집 아저씨 처럼 전해준다.

무푸쉬의 U스파. 엎드리면 얼굴 넣는 구멍으로 바닷물 일렁이는 모습이 보인다.
▶친환경 운영과 특별한 체험
= 모든게 친환경적이다. 물티슈는 화학처리 하지 않고 물을 직접 부어 사용하도록 했다. 음료의 빨대는 부식이 쉬운 재료를 쓴다. 산호를 활용한 자연 전기에너지로 호롱불 밝히는 모습에서 섬사람들의 지혜를 엿본다. 이곳의 산호가 계속 번성할 수 있게 산호 서식 그물을 만드는 자연재생 공헌활동도 여행자와 함께 한다.

무푸쉬 섬 밤 해변가 영화감상
저녁에 프라이빗 비치로 가면 야외 영화감상 시간, ‘시네푸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침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요가 수업을 하고 나서 식당으로 가면 밥맛도 좋다. 음식, 빌라의 미니바 모두 맘껏즐길 수 있는 올인클루시브 시스템이다. 물속 풍경이 훤히 보이는 잠수함 같은 ‘글래스 보트’ 등 특별 프로그램까지 여는 무푸쉬는 세계 굴지의 여행기관에서 내린 상패들로 즐비하다.

만타 레스토랑의 바는 밤엔 글로벌 댄스 한마당이 된다. 한국-모리셔스-독일-러시아 사람이 함께 논다. 불빛 찬란한 밤 선착장엔 상어부터 작은 물고기까지 빛을 쫓아 육지근처까지 대거 몰려드는데, 서로 해코지 않고 공생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인정 넘치는 사람들= 촌장 사샤는 교양있는 외모임에도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즉석 춤을 추기도 한다.

모리셔스 사람 헨리는 호주에서 유학할 때 한국 친구와 가장 가깝게 지내다가 지금 프랑스 여인과 열애 중이다. 20대 중반의 딸을 가진 한국인 아재에게 “형!”이라고 부르다가 father-in-law(장인)이라고 호칭을 바꿔가며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이브는 예의 바르고 센스가 최고이다.

사람, 자연, 생활이 현생의 천국을 만들어낸 무푸쉬에 한 번도 안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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