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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사람중심의 경제’가 사는 길
#1. 지난 1월31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기 용인의 중소기업 2곳을 방문했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전년대비 16.4% 올린지 꼭 한 달. 청와대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서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점검하기 위한 행보였다. 이미 현장에선 취약 근로자의 일자리가 흔들리며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에 대해 “적어도 6개월은 해봐야 한다”고 다독였다.

#2. 그로부터 6개월 여 지난 8월19일. 이번에도 장하성 실장. 이틀 전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가 작년 같은 달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쳤다. 당정청이 긴급회의를 열었다. 장 실장은 이 자리에서도 ‘고용 쇼크’의 원인이 정책 실패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강변했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중산층, 서민, 자영업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모순된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조금만 믿고 기다려달라. 연말 정도에 상황이 개선될 것이다.” 다시 또 반 년 가까이 기다려 달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팀 수장이자 J노믹스 설계자로서, 정책 수정이나 포기를 쉽게 꺼내긴 어려울 것이다. 지난 1년간 총력을 기울인 소득주도 성장이 ‘재앙’ ‘참사’라는 수식어로 공격받는 게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정책 수장의 발언 치곤 너무 느긋하고 안이하다.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 성장 실험에 지금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생계 절벽에 내몰렸다. 살려달라는 아우성을 들으면서도 “일단 기다려 달라”고 한다.

고용, 생산,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들은 문 정부 정책의 ‘속도’와 ‘방향’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지만 참모들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특히 최근의 고용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임대서비스업 등에서 두드러졌지만, 청와대 인사 누구도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도 세금·재정 만능주의에 빠진 느낌이다. 정부는 2년간 두 차례 추경을 포함해 54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지만, 손에 쥔 건 최악의 고용 성적표였다.

고용 악화가 이어지면 저소득층이 가장 큰 고통을 겪는다. 소득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진다. 당장 23일 발표될 2분기 가계소득 동향에서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사회통합도 흔들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이 동력을 잃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도가 추락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하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기업심리 위축, 투자부진, 고용한파의 악순환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공자는 정치란 ‘백성이 먹을 양식을 마련하고, 국방력을 갖추며, 백성의 신뢰를 쌓는 것(足食 足兵 民信之矣)’(논어 ‘안연’ 편)이라고 했다. 식량과 군사, 신뢰. 공자는 이 가운데서도 가장 마지막에 남겨놔야 할 것은 백성의 신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말한 ‘사람중심의 경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멍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냉철하게 돌아보고 결단을 내려야할 때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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