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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영화 ‘어느 가족’과 ‘삼양동 원순씨’
살인적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 여름, 내가 극장 피서영화로 선택한 작품은 ‘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었다. 영화 극성수기인 여름휴가 시즌을 겨냥한 재밌는 흥행대작들이 손짓했지만 올해는 칸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을 골랐다. ‘영화의 힘’ 보다는 배급망 독과점과 마케팅 물량 공세로 ‘만들어지는’ 천만영화에 대한 소극적 저항을 했다고나 할까.

영화는 유사가족의 이야기다. 일용 노동자로, 세탁공장 노동자로, 유사 성행위 업소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금에 의지해 생활하는 할머니의 집에 얹혀살며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와 먹이고 재우고 유일한 기술인 좀도둑질도 가르친다. 영화 전반부는 유사가족들의 ‘더불어 살이’가 유머러스한 색채로 표현된다. 아들을 가르치는 아버지의 훈육법은 실소를 자아낸다. 좀도둑질은 아직 주인이 없는 물건을 가져가는 것, 학교는 혼자서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나 가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막내의 오줌 싼 이불을 말리고, 바다를 보러 가고, 도쿄의 외지고 낡은 집에서 소리만 들리는 불꽃놀이를 즐기는 이들 가족은 혈연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가족애를 체험하며 유대가 깊어진다.

영화를 보다 나는 엉뚱하게도 ‘삼양동 원순씨’가 오버랩됐다. 박 시장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라는 삼양동, 그것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염천의 더위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옥탑방 살이를 자처헸다. 삼양동 사람들의 가족이 돼 그들과 더불어 살며 삶의 질을 개선할 정책적 대안을 찾겠다는 뜻이었다. 박 시장은 영화의 유사가족 처럼 삼양동 사람들과 따뜻한 가족애를 나눴다고 했다. 카페를 운영하다 실패의 쓴 맛을 본 솔샘재래시장 정육점 큰 딸에게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의 후반부는 경쾌한 색채의 전반부와 사뭇 다르다. 유사 가족주의적 이상향에 대한 낭만성을 걷어내고 서늘한 현실을 마주한다. 사실 이 유사가족에는 두 가지의 근본적 위태로움이 내재돼 있었다. 하나는 물질적 궁핍으로 끊임없이 돈 문제가 대두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가족공동체의 바깥에 엄연히 법률로 행해지는 국가주도의 통제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막내 딸 린의 실종이 뉴스에 등장하면서 이들에게 현실의 침투가 시작된다. 이들은 린을 유괴한 것이 아니고 ‘버린 걸 주웠다’고 항변하지만 사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박 시장은 한달간의 삼양동 옥탑방 체험을 마치고 19일 강남북 균형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非강남에 경전철 4개 노선과 함께 교육, 주택, 기업 유치 등 낙후된 강북의 도시 인프라를 풍성하게 만드는 정책이 망라됐다. 삼양동 체험을 통해 다짐한 마을경제 활성화 방안도 담았다. 서울시는 ‘균형발전특별회계’로 1조원을 책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시장도 영화의 유사가족 처럼 돈과 정부 통제라는 현실적 벽을 넘어야 한다. 강북권 경전철을 까는데 필요한 자금만 2조8천억원인데 서울시가 60%를 부담한다 해도 나머지 40%를 국토교통부가 선뜻 내줄 지 알 수 없다. 앞서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에서 보았듯 부동산 과열을 억제하려는 국토부와의 조율도 문제다. 박 시장이 이런 난제를 넘어서 삼양동 사람들, 나아가 강북의 진정한 가족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m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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